▲지난 7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박근혜 전 후보의 서울지역 당원간담회에서 안병훈 총괄본부장이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나도 언론계 40년 했는데... 절실하게 반성한다"안병훈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뼈저리게"라는 표현을 종종 썼다. 경선전에서 느낀 언론에 대한 섭섭함도 그런 비슷한 단어들과 함께 표출했다.
박근혜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가 여전히 인터넷공간에서 "이명박 편파지지 조중동을 규탄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 그는 이렇게 점잖게 그러나 절절하게 언론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 박근혜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은 조중동의 경선보도에 대해 아직도 불만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안병훈씨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그 문제로 화를 많이 냈다고 들었는데. 안병훈씨는 "그럼 여러 가지 불평불만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데 우선은 그 뭐 이게 지금 사실은 말하기 어려운 게…"라면서 한참을 뜸을 들였다. 그가 언급을 하게 되면 "후배들 욕하는 게 되고 내가 있던 신문사를 그렇게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답하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그래도 그는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이 많아 보였다. "언론계의 발전을 위해 할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기자가 답을 기다리는 표정을 계속 짓고 있자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언론이 이렇게 중요한지를 내가 근 40년 (언론계에) 있던 사람이 현장이 와 있으니까 실감을 했다. 근데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까? 내가 절실한 반성을 했다."
절실한 반성! 자신이 직접 언론에 '당해보니' 알겠다는 거였다.
"경선하고 무관한 자리에 가면 내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언론인의 역할이 과거에도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보통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언론이라고 완전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사람들이 자꾸만 언론을 비판하는 것을 언론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그냥 치부할 게 아니”라고 했다.
- 경선을 거치면서 언론에 섭섭한 게 많이 생겼나 보다."그 뭐 많이 있는데요, 많이 있는데, 진 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
그는 몇 차례 "아이구 나 이거" "하여튼 그 뭐, 허허" 하면서 톤을 조절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언론의 자기 역할이 뭡니까. 사명과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데…. 남이 하는 말을 옮겨 주는 것이 언론이긴 하지만 옮겨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나.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있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그러니까,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지지자들은 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이명박 후보 의혹의 실체를 검증하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걸 지적하는 거였다.
"여론조사 예측 다 틀렸는데 반성하는 언론 하나 없다"40여년 언론생활을 "절실히 반성"할 정도로 한나라당 경선때의 언론보도에 실망한 안병훈씨. 그렇다면 '평생 <조선> 사람'인 그는 경선 때 박근혜지지자들로부터 편파보도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조선>에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 박근혜 캠프 사람들을 만났더니 안병훈 선거대책위원장이 직접 <조선> 방상훈 사장을 찾아가 '편파보도'에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하던데."그건 뭔가 잘못 전달이 된 것 같다"면서 그는 경선과정에서 3가지 경로를 통해 자신이 <조선>쪽을 만나 박근혜 캠프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조선>의 정치부 기자들.
"지금도 후배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오늘 <조선> 정치부 후배들과 저녁 먹기로 했는데…. 우리가 (그 때) 이야기한 것은 우리 눈에는 편파라고 비쳐진 것에 대해서, 적어도 경선 때는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똑같이 좀 취급해달라. 그리고 본선에 가서 자기네들이 한나라당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면 실어주고, 한나라당끼리 좀 싸우는 것은 그냥 이렇게 (편파라고 비쳐지지 않게 보도) 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는 <조선> 편집인에게 전화 항의를 한 이야기였다.
"편집인에게 한 번 항의전화한 것은…. 이명박씨 도곡동 땅 관련해서 검찰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를 <조선일보>가 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다음날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에서 별다른 사실 제시없이 바로 오보라고 이명박씨에게 사과를 했다. 그것을 이명박 캠프에서 마지막 합동유세장에서 엄청 활용했다. 그래서 항의했다. 검찰 쪽에서는 시인도 부인도 안 하고 있는데, 사실 자체가 확인이 안 됐는데 왜 오보라고 사과를 먼저 하느냐고."
세 번째로, 방상훈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조선>의 여론조사 보도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고 했다.
"(언론들의 편파보도 가운데) 제일 문제가 된 것이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를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자주 하고, 일주일에 수없이 나오는 여론조사가 (이명박 지지) 밴드왜건 효과(타인의 선택에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는 것)를 줬는데…. 엉뚱한 여론조사를 너무 자주 했다. 당심에서는 실제로 우리가 432표를 이겼는데,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예측대로라면 우리가 1만몇천표를 졌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것에 대해 반성하는 언론이 하나도 없었다."
"<조선> 여론조사 나올 때마다 우린 초상집... 허허"안병훈씨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방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조선일보>에 항의한 것은, 왜 <조선>이 이명박 캠프의 고문인 최시중씨가 대주주로 있는 한국 갤럽과 여론조사를 해서 보도하느냐는 거였다. <조선> 여론조사 나올 때마다 우리 캠프는 초상집이었다. 특정 캠프의 좌장과 관련있는 여론조사기관과 손잡고 한 것은 <조선>이 잘못한 거다. 그래서 항의를 했는데, 방 사장이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여론조사 기관 하고 섞어서 하더라."그는 이렇게 이야기해놓고도 자신이 몸담았던 언론계를 향해 쓴소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아이구 나 이거" "하여튼 그 뭐, 허허"를 반복했다.
그런 다각적인 항의도 결국 '효과'는 없었다. 그의 말처럼 선거는 승자독식. 패장이 된 그는 경선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역사의 한 페이지 기록'을 위한 인터뷰에 응하고 있을뿐이다. 그는 식은 커피잔을 입술에 가져가면서 혼잣말처럼 말했다.
"막판에는 우리도 (언론들을) 다 포기했어야 했어요. 다 저쪽 편인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