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동심>
동서문화사
범죄사건을 수사하는 성직자라고 하면 브라운 신부 말고도 다른 인물들이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윌리엄, <캐드펠 시리즈>의 주인공 캐드펠이 그들이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영국인이고,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다닌다. 그리고 뛰어난 통찰력으로 사건의 전모를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장미의 이름>과 <캐드펠 시리즈>는 모두 중세를 배경으로 한다.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모두 20세기 초반이 무대다.
브라운 신부는 윌리엄, 캐드펠에 비해서 좀 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브라운 신부는 아마추어 탐정이자 성직자이고 철학자면서 사색가인 사람이다.
이렇게 독특한 탐정을 만든 작가는 영국의 체스터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스터튼과 브라운 신부는 추리소설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 유명한 앨러리 퀸은 '가장 뛰어난 탐정 3인'의 명단에 브라운 신부를 포함시킬 정도였다. 존 딕슨 카아는 자신이 만든 탐정 기드온 펠 박사를 체스터튼과 유사한 인물로 설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에드먼드 벤틀리는 <트렌트 최후의 사건>에서 이 작품을 체스터튼에게 바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체스터튼과 브라운 신부에게 보내졌던 찬사는 많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바닷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다. 브라운 신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뛰어난 탐정이 되었을까?
범죄사건을 수사하는 성직자, 브라운 신부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작품은 약 50편이다. 모두 단편이다. 단편소설이기 때문인지 브라운 신부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은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키에 통통한 체격의 인물이고 안경을 쓴 채로 항상 우산을 들고 다닌다. 탁월한 직관으로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의 외모는 왠지 '어리버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장 지적인 순간에는 늘 백치 같은 표정을 짓는다. 교황 레오 13세를 우상으로 받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서 '에식스에서 자라난 영국 시골뜨기'라고 표현한다. 영국에서 살고있지만 예전에는 남미와 멕시코 등에서도 활동했던 인물이다. 시카고 형무소의 주재신부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래서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작품의 무대는 영국의 변두리부터 시작해서 남미와 멕시코까지 종횡무진한다.
브라운 신부가 해결하는 사건의 형태도 가지가지다. 살인사건부터 시작해서 실종사건, 도난사건까지, 멕시코에서는 남녀의 스캔들에 연루되기도 한다. 그 스캔들에서는 브라운 신부가 '남녀의 불륜을 도와주었다'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브라운 신부는 그야말로 수십 년 동안 세계를 누비면서 온갖 사건에 접했던 인물이다.
이렇게 많은 사건들을 해결했기 때문에, 그동안 만났던 범죄자들도 부지기수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플랑보'이다. 그는 한때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자였다. 아르센 뤼팽에 버금갈만한 인물이기도 했다. 플랑보는 강도, 사기, 절도 등의 범죄로 유명한 사람이자, 전성기 때는 독일황제만큼 유명했던 인물이다.
브라운 신부의 초기 작품들에서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는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로 등장한다. 브라운 신부는 플랑보가 노리는 푸른 십자가를 지키기 위해서 형사를 유인하고, 값을 매기기 힘든 은식기들을 가로채려는 플랑보를 현장에서 검거한다. 그때마다 브라운 신부는 플랑보에게 관대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결국 플랑보는 범죄에서 손을 씻고 브라운 신부의 친구로 변하게 된다.
범죄자에게 너그러웠던 브라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