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노란코스모스(?)가 핀 길
안준철
가을에는 걸어서 어딘가를 갈 수 있어서 좋다. 가령, 우체국에 볼일이 있을 때 나는 집을 나와 방천길을 걸어 우체국까지 걸어가곤 한다. 걸어서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신도시까지도 별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여름에는 그것이 힘들다. 억지로 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가을에는, 가을에는 걸을 수 있다. 걸어서 어딘가를 갈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모른다. 걸을 수 있다는 것. 걸어서 어딘가를 갈 수 있다는 것. 마치 옛사람들이 그러했듯 당연히 걸어서 어딘가를 다녀올 수 있다는 것.
걷는 것이 왜 좋을까? 걸으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생명평화운동을 하시는 도법스님은 자기 존재를 걸고 걸어보라고 하셨는데, 그 말뜻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 존재를 건다는 것은 어떤 수단으로서의 걷기가 아니라 걷기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