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국민 바라보며 당 설득해야"
- 박근혜가 제3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모든 가능성이 다 있다. 앞으로 갈등요인이 많을 거다. 가령 당직 비율도 5 대 5로 하자 그럴 거고. 진 쪽에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불만이 생기면… 내가 여권의 전략가라면… 이건 상상이다(웃음). 박근혜를 유혹하겠다. 선거의 기본 구도는 나는 연대, 상대방은 분열이다. 자기들은 오만 쇼를 하면서 연대, 통합을 하면서 이쪽은 갈려 놓으려는 게 예상되는 (범여권의) 전략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선생님이 왜 양자 구도를 만들려고 하겠나. 양자 구도가 되면 균형 심리가 생겨서 격차가 줄어든다. 그럼 캠페인 능력이 중요해 진다. 그건 자기들이 낫다고 판단하는 거다. 또 여권이기 때문에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호남의 절대지지 속에 비호남 출신의 후보로 호남의 절대지지 속에 서부벨트를 묶는다. 수도권은 반분이라고 보고, 영남에서 20% 이상 가져오면 이긴다고 보는 거다. 어떻게? 카드를 써야지. 빤하다. 박근혜가 나간다고 치자. 명분이 생겨서 나가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내가 DJ라면 박근혜에게 '영호남 지역 화합과 산업화, 민주화 세력의 화해를 통해서 민족화해협력, 평화통일로 나가자. 그럴 정치인은 당신 밖에 더 있냐' 그러면 마음이 안 흔들리겠나.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에 있나."
- 나라면 흔들릴 것 같다(웃음).
"나 같으면 그렇게 꼬시겠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지만, 박 대표가 들으면 화낼지 모르지만 내가 여권의 전략가라면 해보겠다."
- 단지 선거공약이 아닌 시대적 명분을 깔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나는 여권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봤다. 선거 그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기폭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후속조치까지 취한다면 분위기와 형태는 만들 수 있다. 그런 뒤에 딱 때리면? 범여권이 낙승할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궁리를 해야 된다."
#오후 4시 30분
인터넷 생중계창에서 팡파르가 퍼졌다. 박관용 위원장이 나와서 개표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2452표차다. 1.5%.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포되었다. 우리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수락연설을 기다렸다. 윤여준 전 의원은 "박근혜 연설이 더 관심거리지"라고 말한다.
이명박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 목소리 톤과 발음이 호소력이 떨어진다.
"사실 오디오, 비디오 다 안 되죠(웃음). 박근혜는 원래 모노톤이었다. 고조와 장단이 없어서 굉장히 지루했다. 그런데 요즘은 바꾼 모양이더라. 잘한다."
- 연설에서 '통합'과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경제로 국민이 불행하고, 통합은 시대적 요청이니까."
- 이명박·박근혜 둘 중에 어떤 후보가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에 낫다고 보나.
"박근혜는 본선이 굉장히 힘든 후보다. 선거구도가 아주 고약해 진다. 상속적 권력의 성격 때문에 여권에서 구도를 만들기 아주 쉽다. 이명박은 비리가 많이 나왔지만 선거구도로만 보면 여권 상대하기가 수월하다.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적 인물이 되었으니 역사적 평가에 딱 맡겨버리면 되는데. 그리고 '저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가겠습니다' 해야 하는데 자꾸 아버지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건 문제다."
- 본인의 '신념'인 것 같더라.
"딸로서 아버지를 부정하라는 게 아니지 않나. 대통령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 않나. 경선 전략을 왜 그렇게 가져갔는지 모르겠다."
'백의종군' 뒤에 숨은 무서운 뜻
박근혜 연설이 시작됐다. 박 후보가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윤 전 의원은 딱 한 마디를 집어냈다.
"백의종군이라고 하잖아. 선대위원장 안 받겠다는 거 아냐. 저게 '야마'야. 백의종군!"
그러고 나서도 박근혜의 연설은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다.
"백의종군하겠다는 게 핵심이야. 다른 건 수사야. 며칠 전에 이명박이 선대위원장 맡아달라고 했던데 사실상 거부한 거다."
- 박근혜 오늘 연설 좋네요.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도.
"박근혜가 정치인 중에 참 진솔한 사람이다. 지난 17대 총선 치르면서 곁에서 지켜봤는데 개인적인 자질은 출중하다. 한국 정치인이 갖지 못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
- 그런데 아버지 부분이 아킬레스건?
"30, 40대랑 얘기하다 보면 박근혜가 어떤 사람이든 나는 지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왜? 어떻게 유신의 후예를 지지할 수 있냐는 거다. 그 때 학교 다닌 사람들은 그게 안 되는거다. 박근혜에겐 부담이 큰 문제다. 아버지를 극복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데. 나이든 분들에겐 호소력이 있을지 몰라도 젊은이들은 아니다."
- 박근혜 보다 이명박이 낫다고 보나.
"기본 요건이 유리하다. 절대 비토층이 없으니까."
- 당 수습이 급선무겠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하루 빨리 안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보의 리더십이 흔들린다. 국민을 기준에 두고 외연을 확대하는 길로 가야 한다."
- '이명박, 박근혜로는 안 되겠다'면서 제3지대 보수신당 얘기도 나온다. 영남에선 이수성씨가 움직인다는데.
"이수성이 영남 신당의 구심이 되나? 영남에 물어봐라. 경선에서 둘이 하도 싸우니까 둘만 믿고 있다가는 우리만 망하겠다 싶어서 대안을 찾아보자는 건데. 실제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아는데 지금 상황에선 폭발력을 가지기 어렵다. 국민적 지지를 받을 여건은 아니다."
- 손학규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었나.
"자기 정체성을 자기가 부정했다. 자기 분열이다."
- 한나라당을 탈당했기 때문인가.
"탈당할 때까지만 해도 이해는 하려고 했다. 문제는 그 뒤의 행동이다. 대통령이 된들 뭣하겠나."
그는 손학규 후보가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을 캠프 참모로 들인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기자회견을 열었었다. 설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둔 2002년 4월 최규선씨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전달해 달라며 윤여준 전 의원에게 20만 달러를 줬다고 폭로했다가 허위 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 다른 누구 점찍은 사람은 없나.
"거의 못봤다."
- 이번 대선은 어떻게 보낼 셈인가.
"조용히 보내다가 한 표 찍으면 되지 않겠나."
- 이명박 캠프에서 요청이 오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도와달라고 하는데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나는 양쪽 참모들과 다 가깝다. 경선 때는 도와달라고 했지만 안한다고 했다. 경선 끝나면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 때 봅시다'라고 말하고 말았다."
"이제 시작이다"
# 오후 4시 47분
또 전화다. 이번엔 부산의 모 교수라고 한다.
"박 대표가 승복한다고 합디다. 아주 깨끗하던데? 여자가 남자보다 낫다.(웃음)"
오후 5시경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에 참조하라며 데스크가 토스한 정보다. 박근혜 캠프의 한 핵심 참모와 전화통화로 나눈 대화라면서 전해준다. 딱 세 마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철저하게 (이명박을) 도와 줄 거다."
"그런데 이명박 (스스로) 못 버틸 거다."
범여권의 검증 공세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는 시각이다. 박근혜쪽의 '무서운 협력'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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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이라고? 저게 핵심이다 내가 DJ라면 박근혜를 꼬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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