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안개 속을 달리는 타자라 열차김성호
타자라 열차는 '중국-탄자니아 사회주의 연대'의 상징
타자라 열차는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서 잠비아의 카피리음포시까지 연결하는 길이 1860km의 국제열차이다. 열차의 이름도 '탄자니아-잠비아 열차(Tanzania-Zambia Railway)'라는 뜻에서 줄여 '타자라(TAZARA)'라고 부른다. 이 열차를 타고가다 보면 가끔 탄자니아의 사바나와 고원지대를 지나면서 코끼리나 원숭이, 기린 등 야생 동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하여 '사파리 열차'라고도 부른다.
타자라 열차에는 1960년대 독립 이후 아프리카의 독특한 역사가 담겨 있다. 아프리카 철도의 거의 대부분이 식민지 시대 종주국이 만들었으나 타자라 열차만이 유럽 제국주의국가가 아닌 중국이 만들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1975년 10월 중국이 당시 5억 달러의 돈을 들여 완공한 철도이다.
당시 중국식 모델의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한 탄자니아 니에레레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프롤레타리아 우정의 선물'이자 아프리카 진출의 상징인 셈이다. 일본이 최근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호 구역까지 포장된 도로를 건설해줌으로써 '탄자니아-일본 우정의 도로'를 통해 아프리카로 진출하듯이, 중국은 이미 오래전에 '인민의 철도'를 통해 아프리카로 진출했다.
다르에스살람의 타자라 기차역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중국의 지원으로 철도와 역 건물이 건설됐다는 사실을 기록한 기념 팻말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타자라 열차는 영국 제국주의와 인종차별 정책을 펴는 백인정권인 남아공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동안 잠비아는 영국 식민지시대에 건설된, 역시 백인정권이었던 남로디지아(짐바브웨)와 남아공의 열차를 통해 남아공 항구를 이용했는데, 타자라 열차의 개통으로 당시 두 백인정권인 남로디지아와 남아공 대신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 항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잇는 타자라 열차는 영국 제국주의의 상징인 아프리카 종단열차의 숨통을 끊는 것이기도 했다.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총독이자 자산가인 세실 로즈(Cecil Rhodes.1853~1902)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자였는데, 살아생전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이집트의 카이로까지 철도를 연결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물론, 세실 로즈의 야심은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종단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영국은 남아공과 이집트를 잇는 종단정책을 꾀했고, 프랑스는 알제리에서 마다가스카르를 연결하는 횡단정책을 추진했다. 영국의 종단정책과 프랑스의 횡단정책이 충돌한 것이 바로 수단 남부의 파쇼다에 일어난 1898년 파쇼다사건이다.
영국 식민주의와 세실 로즈가 완공하지 못한 잠비아와 탄자니아 사이의 열차를 사회주의 우방인 중국의 도움으로 건설함으로써 제국주의의 종식과 아프리카의 독립, 사회주의의 연대를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