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숙, 박석무, 박태순 선생이 한반도의 맨끝 마을에 함께 섰다한길사
제8회 한길역사기행 : 86년 6월 '백제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를 주제로 부여·공주·익산 미륵사지·공주 우금치고개 등을 답사. 이이화 선생과 부여문화원 이석호 원장이 강의와 가이드, 소설가 이문구씨가 충청도론과 그 풍속과 역사를 특강.
제9회 한길역사기행 : 86년 7월 '경주 남산의 불교문화'를 주제로 하여 경주의 향토사학자 윤경렬씨와 한옥전문가 신영훈씨가 강의와 가이드. 남산 뿐 아니라 황룡사지 등 신라문화를 다시 보았다.
제10회 한길역사기행 : 86년 8월 '서원의 문화와 조선조 유학사상'을 주제로 하여 함양·산청·진주 일대의 청계서원·남계서원·덕천서원을 답사. 고려대 김충렬 교수가 남명 조식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특강하고 경상대 철학과 오이환 교수가 가이드.
제11회 한길역사기행 : 86년 9월 '동해안 의병의 근거지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경북 영덕·영해지방 답사. 임진왜란 때부터 구한말까지 의병봉기의 고장으로 이름난 영덕지방과 3·1운동 당시 가장 큰 규모의 만세운동을 펼쳤던 영해지방과 한말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생가 답사. 이이화 선생이 강의.
제12회 한길역사기행 : 86년 10월 '한국불교문화의 재인식'을 주제로 가야산과 해인사를 체험. 여연 스님으로부터 해인사의 역사와 문화와 사상에 대해 강의 듣고 여러 암자와 팔만대장경, 최치원의 유적 답사.
제13회 한길역사기행 : 86년 '일제시대 민족주의자들의 생가를 찾아서'를 주제로 충남 내포지방을 답사. 윤봉길 의사의 생가, 김좌진 장군의 생가터, 심훈 선생의 고택인 필경사,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택을 살피면서 한말 이후 민족운동의 맥락을 공부. 고려대 사학과 강만길 교수가 한말과 일제식민지하의 독립운동을 강의.
제14회 한길역사기행 : 86년 12월 '미륵사상'을 주제로 금산사·선운사·운주사를 답사. 고은·송기숙 선생이 미륵사상을 강의했고, 박석무 선생의 안내로 무등산 일대를 돌면서 정철·송순 등의 유적지 살펴보았다.
한 권의 책 <한길역사기행>
1986년 12월에는 무크지 <한길역사기행>을 간행했다. 그동안 한길역사기행에서 한 주제 강의들이 수록되었다. '길의 역사 길의 사상'(최영준), '지리산의 정신사와 저항사'(이이화), '지리산과 민족운동사'(박현채), '정선아라리의 고개를 넘는다'(고은), '남한강 뱃길천리'(신경림), '호남평야 동학농민혁명군의 함성'(박태순), '해남·강진의 유배지 문화'(박석무), '백제는 살아 숨쉰다'(김경미), '남명 조식의 학문세계와 실천'(김충렬), '서원의 역사와 유학사상'(권인호), '조선시대 서원건축의 양식'(김지민), '한국건축문화의 확립을 위하여'(이상해)가 실렸다. 민족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김근원·황헌만의 사진이 <한길역사기행>의 품격과 생명력을 북돋았다. 나는 책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한길역사기행은 역사의 현장 삶의 현장에 가서, 가슴으로 우리의 역사와 삶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우리 모두의 열린 마당입니다. 역사의 현장 삶의 현장에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와 사상이 힘차게 살아 숨쉽니다. 우리는 한길역사기행을 통해 우리의 국토 우리의 역사가 크고 아름다우며 넓고 깊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또한 한길역사기행을 통해 이 국토에서 굳건히 살아가는 민중의 세계를 새롭게 만납니다.
우리는 이 역사의 기반으로서의 국토, 우리의 삶의 터전인 국토를 밟으면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됩니다. 이 국토를 밟으면서 이 국토에서의 삶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민족공동체적 정서와 논리를 실천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살아 움직이는 이 역사 이 국토의 의미를 바로 세우는 일뿐만 아니라 그것을 반민족적이고 외세적인 것으로부터 지켜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한길역사기행을 통해 늘 다짐합니다. 온당치 못한 생각에 의해 우리의 국토가 훼손되고 있으며 역사적 유산이 제대로 돌보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1985년 여름부터 시작된 한길역사기행은 86년 12월로 열네 번째가 되었고, 그리고 새해에 다시 시작됩니다. 우리가 가야 할 삶의 현장 역사의 땅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국토는 언제나 싱싱하게 우리를 맞아줍니다.
한길역사기행은 한길사의 출판활동과 하나로 통합됩니다. 한길역사기행은 바로 출판의 주제이고, 참여자들이 더불어 토론하는 그 내용은 책으로 수렴됩니다. 한권의 책이란 우리의 역사적 삶을 담는 그릇 또는 그 논리가 전개되는 마당이라면, 한길역사기행은 바로 또 다른 형식으로 우리의 역사적 삶을 담는 그릇이자 마당일 것입니다.
여기 지금까지 한길역사기행에서 토론된 내용의 일부를 정리하여 책으로 엮어냅니다. 참여하여 토론한 동시대인들의 공동작업의 소산입니다. 앞으로 한길역사기행을 더욱 본격화시키고, 다시 총체적이고 심화된 내용의 책을 만드는 일이 오늘 우리에게 부과되고 있음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