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로 다져놓은 땅이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달맞이꽃뿐이다. 그러나…정판수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기면서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약속한 게 있다. 아침마다 마을 주변 산책하기. 그러면 저절로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고, 운동도 되고, 어른들을 만나 마을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이사 온 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지켰다. 그러나 작년부터 산책하는 날보다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올해는 하는 날을 손꼽을 정도다. 산책하지 않음으로써 늘어나는 건 뱃살과 게으름 뿐. 해서 보름 전부터 산책하기로 작정했는데 공부 안 하던 애가 막상 공부하려니 연필 부러지듯이 결심하고 나자 아침마다 비는 왜 그리 자주 오는지.
오늘은 날이 잔뜩 찌푸렸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집을 나섰다. 그리고 늘 마을 아래쪽으로 갔는데 오늘 따라 왠지 위로 가보고 싶어 그리로 길을 잡았다. 그 길은 외남선(경주시 외동읍과 양남면을 잇는 도로) 도로를 가로질러 늘밭마을로 해서 돌아오게 된다. 대략 40분 정도 걸리는데 도로를 가로질러야 하는 일 외에는 주변 정취가 꽤나 멋있다.
오르막길로 들어서 걸음을 옮기는데 저만치서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듯한 밭이 나왔다. '이 계절에 유채꽃이라니!' 하며 가까이 가 보니, '세상에!' 온통 달맞이꽃이었다. 아니 밭 전체가 '달맞이꽃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