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알고 보니, '모례가정' 곁에 있던 큰 집은 '신라 불교초전기념관'이더군요. 이 도개면 도개리는 이를테면, 신라불교 성지로도 손색없을 만큼 멋진 곳이에요.
"이런 얘기 들어보셨죠?"
"옛날 어떤 마을에 사이좋기로 소문난 형제가 있었어요. 늘 콩 한쪽도 반씩 똑같이 나누어 먹는 그런 사이였어요. 하루는 커다란 금덩이를 하나 주운 거예요. 형제는 그걸 둘이서 똑같이 반으로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지요. 그런데 그날 밤 형제는 둘 다 잠을 못 이루고 힘들어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욕심이 생겼군요?"
"그렇지요. 맞아요. 둘이 그렇게 사이좋은 형제였지만 막상 금덩이를 주우니, 서로 더 많이 가지고 싶었던 거예요."
"사람인데 아무래도 욕심이 났겠지요."
"그랬던 거예요. 다음날 아침에 형제가 만났을 때, 서로 똑같은 걱정으로 잠 못 이룬 걸 깨닫고, 둘은 그 길로 그 금덩이를 강에 내다버리지요. 서로 욕심을 내어 금덩이를 나눠 부자가 되기보다 욕심 없이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거지요."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르신이 왜 이런 얘기를 꺼내셨을까? 하며 궁금해하면서 더욱 귀 기울여 들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욕심이 오늘날 많은 사람을 갈라놓는다는 거예요. 집 안 식구들도 그렇고, 동기간에도 그렇고, 마을사람도 그렇고, 나아가 정치하는 판에서도 그렇고…."
그제야 어르신이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어요. '이분, 참 남다른 분이시구나!' 하고 여기고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코 얘기를 들었어요.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욕심 없이 산다는 게 무척 어렵지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욕심을 버리고 늘 정직하게 살려고 애쓴답니다. 모든 사람이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우리나라도 좀 더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어르신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참 뿌듯했어요. 자기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며 낯선 이한테 들려주는 것하며, 또 옛이야기까지 곁들여 우리나라 앞날까지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런 분들 밑에서 보고 배우며 자라는 젊은이들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문칠십이현' 농암선생의 후손 김세환 어르신
나중에 우리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셨던 김세환(76) 어르신 이야기를 더 들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분 집안 내력이 또 아주 놀라웠습니다.고려 말기, 조선의 새 왕조를 섬기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두문동에 들어가 절의를 지켜 고려에 충성을 다한 '두문동칠십이현' 가운데 한 분이신 예의판서 농암 선생의 후손이었어요. 모례네 우물이 있는 도개리와 아주 가까운 구미시 도개면 궁기리에 살고 있는데, 지난날 임금이 내려준 농암 선생의 사당이 너무 낡아서 다시 고쳐 짓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답니다. 생각대로 참으로 훌륭한 분의 자손답게 매우 올곧은 생각을 품은 분이라는 걸 깨달았지요.
빠른 때에 어르신을 다시 찾아 뵙고 농암 선생과 그 사당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보려고 <오마이뉴스> 명함을 건네 드리고 전화번호도 받아 적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헤어졌습니다.
자기 마을에 찾아온 낯선 이한테 마을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들려주신 도개리 어르신 두 분께 무척 고마웠답니다.
2007.08.05 11:3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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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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