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의 가옥 구조.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외부에 설치되어 있다. 6월 6일.문종성
남미의 파리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있다면 북미의 파리는 단연 몬트리올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도 고집스레 프랑스 문화를 살려놓았던 그들의 정통성은 지금 '다문화주의'로 대변되는 캐나다 사회에서 프랑스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원동력이 된다.
1971년 각 인종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 정책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채택하면서 계승되어온 다문화주의를 통해 캐나다 정부는 인종, 언어,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이 평등하다는 개방적인 사회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굳이 유럽풍이라는 가이드북의 말을 보지 않고서도 몬트리올 곳곳에서 대번에 유럽의 향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프랑스의 향기를 거부감 없이 맡을 수 있게 된다. 몬트리올의 300만 명의 인구 중에서 약 70%가 프랑스계라서 그런지 프랑스 문화가 녹아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볼 수도 있겠다.
또 '모자이크 문화'라는 별명이 있는데 이것은 뉴욕만큼이나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서로 가치관을 공유한 채 지내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도 인종 차별이나 소수인권 등에 있어서 불협화음이 적은 걸 보면 몬트리올이야말로 평등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하는 도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몬트리올 도착 다음날 새벽 기도를 마친 후 단일이와 욥과 함께 성요셉 성당에 가기로 했다. 단일이는 고등학교 때 몬트리올로 유학을 와 현재 맥길대학에서 수학 중이었으며, 욥은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어학연수 차 외삼촌댁에 방문한 상태로 모두 한 교회에서 만난 청년들이다.
나는 가장 캐나다다운, 정말 몬트리올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그런 곳을 가고 싶었다. 게다가 성당이라면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천상의 성당들을 질리도록 보게 될 것이므로 굳이 유럽풍 양식을 진하게 풍겨대는 성당에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마뜩찮은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둘의 의견은 칼로 오이 자르듯 부드럽지만 단호하다.
"형, 그냥 성요셉 성당 가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성당이니만큼 결코 실망하지 않을꺼에요. 몬트리올에 그만한 관광지도 드물구요."
"맞아요. 저도 지난번에 한 번 갔다 왔는데 정말 괜찮더라구요. 다른 곳은 뭐 크게 기대할 것이 없어요. 에이, 그냥 거기 가요."
차라리 몬트리올 엑스포스 경기나 보러 야구장이나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정난과 팬들의 무관심 속에 야구팀은 워싱턴으로 연고지를 옮긴 지 3년째.
"야구팀이 없으니 야구도 못 보죠. 여기 사람들은 야구에 별 관심이 없어요. 아이스하키라면 또 모를까. 예전에 김선우 선수 경기 때 몇 번 가보긴 했는데 갈 때마다 엄청 얻어 맞더라구요."
더 이상 다른 곳에 욕심 내지 않고 성 요셉 성당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에서 오래 지낸 단일이가 강추하는 만큼 그 경험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몬트리올에서 맞닥뜨린 노먼 베쑨 동상
지하철 역에서 성요셉 성당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우연히 비둘기 떼에 둘러싸여 있는 한 동상을 발견했다. 몬트리올의 유명한 누군가의 동상일 거라 생각되어 확인차 가까이 다가갔는데… 세상에나 이게 웬일인가? 이름을 보는 순간 연극배우의 과장된 연기처럼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