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골짜기를 따라 끄트머리에 닿으니, 빙혈과 풍혈을 따로 볼 수 있어요. 풍혈은 바위틈에 있는 바람구멍 앞에 따로 돌로 쌓아 만든 곳인데, 마침 그 안에서 청년 서너 사람이 큰 소리로 웃으면서 시원하다고 해요.바로 앞에 있는 '빙혈'에 들어갔어요. 안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얼음 창고에 들어온 것처럼 온몸에 서늘함이 감돌아요. 캄캄해서 안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사진기 불빛을 터뜨리며 보니, 벽 안쪽에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어요. 만져보니 매우 차가워요.여기 빙혈과 풍혈은 평균 온도가 여름엔 영하 4도, 겨울엔 영상 3도래요. 그러니 아무 때나 찾아와도 좋겠지요.
빙산사 절터에 아픔으로 남아...
빙혈 앞에는 오층 석탑이 있어요. 본디 여기는 통일신라 때, '빙산사'라는 절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 태종6년(1406)에 왕명으로 이 절을 없앴다고 해요. 지금은 절터라는 걸 알 수 있는 흔적만 남아 있는데, 이 탑도 아마 그때 많이 부서졌을 거라 여겨져요. 그래서인지 겉으로 봐도 모서리가 모나고 깨진 흔적이 보여요.
석탑 모양이 빙계계곡에 오기에 앞서 보았던 '탑리오층석탑(국보77호)'과 매우 닮았는데, 아마 좋은 본보기가 되어 이런 모양으로 비슷하게 만들었나 봐요. 지금 '빙산사터 오층석탑'은 지난 1973년에 모두 해체하고 다시 복원했는데, 그때에 3층 지붕 돌 속에서 '금동사리장치'를 찾아내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옛날에 감실 안에는 금동불상이 하나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에 왜군이 훔쳐가고 받침대(대좌)만 남아있어 빙혈 앞에 보존하고 있어요.
빙계계곡 둘레를 모두 돌아보고 밥집을 찾다가 또다시 발길을 멈추었어요.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풍경인데요. 아니 좋아한다기보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져요. 빙혈을 벗어나 돌아 나오는 길에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돌담길을 끼고 빈집이 하나 있어요. 보기에도 허름하고 너무 낡아서 곧 쓰러질 듯 보이는 이 집 때문에 가슴이 뭉클했답니다.
의성 나들이를 모두 마치고 시원한 빙계 골짜기에서 맛난 닭백숙으로 배를 채운 뒤, 서둘러 구미로 자전거를 굴렸어요. 이틀 동안 자전거로 다니면서, 안동까지 들러 뜻밖에 권정생 선생님 사시던 집에도 가보고, 천년 역사를 지닌 고운사를 거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촌마을과 산운마을도 둘러보았지요.또, 탑리역에 들러 어릴 적 기억을 되찾아준 '통표'도 구경하고, 의성 작은 나라 조문국의 경덕왕릉에서 귀한 역사도 배웠습니다. 오늘 소개한 빙계계곡까지 쭉 돌아봤어요.
이틀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의성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돌아보며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차츰 사라져가는 옛 풍경이 몹시 안타깝고, 우리 둘레에 이렇듯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무척 많이 있다는 거예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자꾸만 멀리 있는 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그것도 모자라 이젠 먼 나라까지 갈 생각을 해요. 하지만, 가까운 곳에도 볼거리, 배울만한 얘깃거리가 무척 많이 있다는 거예요. 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 스스로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지금까지 자전거 타고 둘러본 의성 나들이 얘기를 들어주셔서 무척 고맙고요. 앞으로도 우리 부부가 다니면서 찾아내는 얘깃거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부탁할게요. 자전거 나들이는 쭉 이어집니다.
2007.07.12 10:0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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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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