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애환도 많았던 우리 술, 다시 사랑받는 술로
막걸리는 찹쌀·멥쌀·보리·밀가루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 우리나라 고유의 술이다. 막걸리 이름도 탁주(濁酒), 농주(農酒), 재주(滓酒), 회주(灰酒), 박주(薄酒) 등 다양하다. 고려 땐 배꽃이 필 때쯤 누룩을 만든다 해서 이화주(梨花酒)라고도 했다.
옛날엔 집에서 술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문제도 있었나 보다. 해서 나라에서는 종종 금주령을 내렸지만 막걸리만은 일을 할 때 먹는 노동주라 해서 금주령에서 제외시키는 관대함을 보였다.
그 막걸리가 한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적이 있었다. 일을 할 때나 출출할 때 마시던 술 막걸리가 소주와 맥주에 밀려 각 시골 마을에선 막걸리집이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그 자리에 소주나 맥주가 자리를 잡았다. 술집도 대폿집은 사라지고 소주방이나 생맥주집 같은 술집들이 거리의 간판을 수놓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갔던 막걸리가 최근에 다시 사랑을 받는 술이 되고 있다.
전주만 해도 막걸리집이 문전성시다. 전주 삼천도서관 맞은편엔 수십 개의 막걸리집이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성행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요즘 다른 근방에도 막걸리집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이 막걸리 대폿집들은 한 주전자에 막걸리 세 병을 담아 기본으로 내놓는다. 한 주전자에 만 원이나 만 오천 원을 받는다. 만 오천 원을 받는 집은 두 주전자부턴 오천 원씩 추가가 된다. 상 가득 차려진 안주는 공짜다. 기본으로 찌개냄비를 비롯해 병치회, 다슬기, 미역국, 번데기 등 수십까지 안주가 차려진다. 요즘엔 백숙까지 주는 데도 있다. 물론 다 공짜다.
그러다 보니 대폿집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민들의 헐거운 호주머니 사정으로도 풍성하게 입을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이 싸다고 많이 마시면 탈이 난다. 막걸리에 취하면 다른 술에 비해 오래간다. 머리도 아프다. 그래서 한 잔은 흥이 되고 두 잔은 약이 된다고 했다. 그 흥이 되고 약이 된다는 이 술도 석 잔 이상이 되면 사람을 이상하게 하고 병이 들게도 한다고 한다. 모두 적당히 마시라는 소리다.
또 하나, 술을 많이 마시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들이다. 늘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여자들의 잔소리가 귀를 때리기도 한다. 여기에 자식들까지 거들기 시작한다. 제발 술 좀 끊으라고. 아니면 조금만 마시든가. 그러나 술꾼에게 그런 소린 소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왜? 그건 술을 마시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된다. 다만 여기에선 그에 대한 답 대신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 한 편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요 며칠 마신 술맛 오늘따라 더하구나.
술 끊으란 당신 말이 옳기는 하다마는
어쩌랴! 저 국화를 두고 차마 어이할꺼나!
- 권필 -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아내의 성화에도 국화주를 옆에 두고 차마 떨쳐버리지 못하는 남자의 마음, 그 마음을 읽는 사람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도는 것 어떤 연유일까. 특히 오늘같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더더욱 생각나는 술. 그런 술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은 다를 것이다. 또 어떤 사람과 마시느냐에 따라 그 향도 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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