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다호>에서 주인공 리버 피닉스가 기면병에 빠져 잠들어 있다.New Line Cinema
2005년 한국수면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기면병 환자는 국가별로 적게는 0.02%(이스라엘)에서 많게는 0.18%(일본)까지 보고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전체 인구의 0.05% 정도인 약 2~3만 명 정도가 기면병을 겪고 있다고 추산됩니다.
더욱 정확한 보고로는 지난 2006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의 윤인영 교수팀이 경기지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거쳐 조사한 결과, 0.04%의 청소년이 기면병으로 진단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기면병은 주로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에 많이 발생하며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기면병의 경우 각성 작용에 관계되는 '히포크레틴(Hypocretin)'이란 물질의 분비가 저하되거나 이 물질을 분비하는 시상하부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습관 탓이 아니라 일종의 질병이라는 것입니다. 또 유전성이 강하게 나타나 기면병 직계가족은 일반인보다 40배에 가까운 유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도한 주간 졸림·탈력발작·수면마비가 특징적 증상
기면병의 증상은 비교적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다음에서 소개한 사례는 '기면병 환우회 모임(http://cafe.naver.com/narco)' 회원들이 밝힌 증상입니다.
"훈련중 기타 장비를 내리면서 잤습니다. 제가 그 잠깐 잠든 사이에 BL탄(연습용포탄·30㎏ 정도)을 제 고참 머리 위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고참이 피해서 제 고참 다리만 부러졌습니다. 정말로 죄스럽더군요." (ID masic00)
"사병식당에서는 유명인이었습니다. '자면서 밥 먹기', 밥 먹다 졸았던 적이 수백 번은 된 듯하네요. 대장님의 개인면담과 훈시 때에도 졸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군악대였는데 행사 중에도 졸기 일쑤였죠. 고참이 예기하는 도중에도, 작업 중에 삽질하다가 졸아도 봤고요." (ID bondkiller82)
기면병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과도한 주간 졸림' 현상입니다. 잠이 올 경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 장소, 아무 상황에서나 잠을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춘기에 이런 증상이 많이 발생하여 수업시간에 잠을 자게 되고, 이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놀림을 받으며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나른해지고 눈이 감기면서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쓰러지며 얼굴이 베개를 눌렀다.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안 나오고 아무리 힘쓰려 해도 안 되었다. 숨도 못 쉬고 이대로 정말 어이없게 죽나 하고 생각할 때 다시 풀려 살아났다." (ID chldud80)
"목욕탕에서 탈력발작 일어나서 정말 접싯물에 코 박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ID kiss7596)
위와 같이 흥분을 하거나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갑작스런 감정 변화가 동반될 경우 나타나는 증상이 '탈력발작'입니다. 즉 강한 감정적 자극이 있을 때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지며 연체동물과 같이 몸이 풀어지면서 쓰러지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것입니다.
특히 탈력발작 시 사고가 많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계를 다루거나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면 대형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경우 간질과는 달리 환자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목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가위눌리는 건 예사예요. 제 몸이 둥둥 뜨는 걸 느낄 때도 있어요." (ID chj333333333)
이렇게 가위가 눌리는 수면마비 증상도 나타납니다. 환자들은 밤잠을 깊이 못 자고 설치는 현상을 많이 겪게 되며 이로 인해 낮에 과도한 주간 졸림 현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한편 잠이 들 때 환각 증상(입면시 환각)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증상을 자주 겪어야 하는 환자들은 일상에서 삶의 질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