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유영봉을 떠나 성주봉, 생황봉, 사자봉을 지나 5명의 신선이 노닐고 갔다는 오로봉에 올랐다. 봉우린 모두 바위로 되어 있다.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선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나처럼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아찔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팔영산의 봉우리와 주변의 풍경과 기암괴석의 비경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웠다. 특히 우리가 산에 오른 날(23일)은 흰 구름에 덮여 있어 그런지 그 아름다움이 더했다. 봉우리 하나하나 오르면서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금강이 따로 없어. 여기가 금강이야 금강."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가경이라더니 여기가 그러네. 1봉보단 2봉이, 2봉보단 3봉이 갈수록 더 기막히는데 안 갈 수가 없어."
이때 백 선생이 한 마디 한다.
"하~따 좋은 거. 여기에 탁배기 한 사발만 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데 말여. 신선놀음 한 번 실컷 하고 가는 건데…."
정말 그렇다. 사람이 있고, 시가 있고, 구름이 너울너울 무희처럼 춤을 추고, 줄곧 우리를 따라 오며 노래하는 산새의 지저귐이 있다. 여기에 탁배기 하나만 있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