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오마이뉴스 이종호
상당히 치열하다. 서로가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잃어버린 10년' '민주세력 무능론'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언어도단"이라고 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중상모략"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정반대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이런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이왕 시작된 논쟁이라면 논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평가기준이 잡힌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이 정리한 게 있다. 몇 개의 묶음이다.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민생고 ▲북핵으로 인한 남북관계 불안과 대선 이벤트로 변질된 남북정상회담 ▲부동산과 교육문제 ▲일부 민주화세력의 부패 ▲노 대통령의 헌법 무시태도 등이다.
'자승자박'이란 생각이 퍼뜩 든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논점이 한나라당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인식을 감출 수 없다.
'대선 이벤트로 변질된 남북정상회담'은 아직 가정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논외로 하자. '북핵으로 인한 남북관계 불안의 원인'은 따로 짚어야 한다. 이 문제의 근원을 북미 대립관계가 아니라 남한 내부요인에서 찾을 것이라면 시원을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10년' 논쟁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집권 여당이던 94년에 조성된 북핵 위기가 원조다. 불안 정도를 갖고 따지면 그 때가 더 했다. 미국이 북폭 일보직전까지 갔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일부 민주화세력의 부패'는 '도진개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슬하에 '홍삼 트리오'가 있었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밑에는 차남 현철씨가 있었다.
'부동산과 교육문제'도 그렇다. 노태우 정권과 김대중 정권, 그리고 노무현 정권을 관통하는 게 부동산 문제다. '급성'이 아니라 '만성'이라는 얘기다. 교육의 핵심문제로 '하향평준화'를 꼽는다면 그 조치를 단행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논쟁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원인과 결과를 나누지 않고, 본질과 현상을 가르지 않고,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을 구분하지 않으면 논쟁은 '우격다짐'이 된다. '훈육'이 아니라 '매타작'으로 가는 법이다.
나누고 갈라서 봐야 할 대표적인 사안이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민생고'일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민주세력 무능론'을 결정적으로 유포시킨 게 바로 이것이다.
<중앙일보>의 '진단'에 따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