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동영 전통일부장관의 출판기념회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에서 정 전장관과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중구난방 양상이 조금씩 정리돼 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리부터 하자.
정대철 외 ; 집단탈당해 대통합신당 창당추진위 발족 ; 행동(개시 또는 완료)시점 6월15일
문희상 외 ; 선도탈당해 신당 창당선언 ; 6월10일
이해찬 ; 대통합신당 틀 만든 뒤 신설합당 ; 6월10일
반박상천 그룹 ; 대통합 촉구 서명운동 전개 ; 6월4일
얼핏 봐선 '따로따로'다. 문희상 의원이 주도하는 선도탈당 방안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대철 상임고문 주도의 집단탈당 움직임에 대해 "위기에 처한 당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 아니다"고 했다. 서로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건 겉모습이다. 속을 들여다볼수록 차이가 좁혀진다. 집단탈당파든 선도탈당파든 열린우리당 밖에 가건물을 지으려 한다는 점에선 다를 바가 없다. 이해찬 전 총리의 '대통합신당 틀'도 같은 맥락 위에 서 있다. 반박상천 그룹이 추진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제3지대 대통합이다. 방향이 같다.
시점도 인접해 있다. 모두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통합전권 위임시한 만료 시점(6월 14일)을 기점으로 삼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정리가 가능하다. 6월 14일을 기점으로 헤쳐모여식 대통합을 추진하려 한다. 제3지대에 우선 말뚝이라도 박으려 한다. 그래야 몽고텐트 세우고 거기서 부족장 회의라도 열 수 있다는 셈법이다. '열린우리당 주도의 질서 있는 대통합'이 아니라 '제3지대에서의 수평적 대통합'이다.
"DJ와 노 대통령 큰 흐름에서 합의해야 한다"
가치 평가는 접자. 우선 짚을 건 현실가능성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두 개다. 하나는 이해찬 전 총리의 '대통합신당 틀'이다. 이 전 총리의 '틀'에 친노 세력이 두루 공감하는지가 관심사다. 답이 '그렇다'로 나오면 헤쳐모여식 대통합은 8부 능선을 넘는 것이다. 최소한 열린우리당에서는 "질서 있는" 대통합의 실마리를 확보하는 셈이다. 안희정씨가 한 말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큰 흐름에서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총리와 안희정씨의 말을 종합하면 "큰 흐름"이 잡히는 듯하지만 현재로선 추정에 불과하다. 두 사람의 말이 개인 견해에 불과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친노 세력 상당수가 열린우리당을 박차고 나가 제3지대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는 것을 반대한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하나 더 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행동이다. 박 대표는 반박상천 그룹의 대통합 서명운동에 맞서 6월 1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합의 부당성을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이것만이 아니다. 대통합 반대의 대안으로 김한길 의원이 대표로 있는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소통합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힐 계획(<한겨레>)이라고 한다.
박상천 대표의 '단독 행동'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합을 여러 차례 주문한 점을 고려하면 반박상천 그룹의 대통합 움직임이 세를 얻을 가능성이 크고, 그에 비례해서 박 대표의 위상은 격하된다.
현재로서 '연합'은 가설 수준 넘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