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의 노지심최종명
5월 1일. 이제 5월이다. 새로운 느낌이다. 긴 여행을 떠나면 날짜 가는 줄 잘 모른다는데, 이른 아침 일어나 일정표를 보고 10월이 시작되는 날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그날이 올까. 이제 시작인데 말이다.
값싼 호텔에 묵었더니 빨리 떠나고 싶어진다. 밤새 긁느라 숙면은 아니었고, 아침을 주는 곳도 아니어서 버스를 타자 싶었다. 치처잔(汽车站)은 예상보다 붐비지 않았다. 중국 우이지에(五一节)가 시작되는 날이니만큼 걱정이 조금 됐는데 다행이다.
우이지에는 노동절이다.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비전이니 황진지아(黄金节)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우리의 설날인 춘지에(春节)와 10월 국경일인 궈칭지에(国庆节)가 3대 황금 연휴기간이다.
1999년에 제정한 이 제도는 개혁 개방 이후 사회 전반에 걸친 산업화로 도시로 간 가족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땅이 넓은 만큼 이동거리도 길다 보니 중국답게(?) 일주일 이상을 13억 인구가 한꺼번에 쉬는 셈이 된 것이다. 멀리 고향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은 곧 휴가를 뜻하니 관광지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인구의 대이동과 여행지로의 집결이 곧 중국의 황금연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금세 카이펑(开封)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니 가까운 거리다. 날씨가 무더워졌고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는 것이 카이펑 시내에 그대로 드러난다. 버스에서 내려 지도를 사고 시내 중심지 호텔 하나를 눈도장으로 정하고 택시를 탔다.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30분이나 걸렸다. 그것은 엄청난 두처(堵车), 즉 차가 막혔던 것이다.
카이펑에서 이틀을 묵을 예정이다. 그래서 호텔도 시내 중심으로 정했고 3성급 진타이삔관(金台宾馆)을 찾았다. 하루에 240위안. 연휴기간이라 좀 비싸다. 짐을 풀고 인터넷에 올린 글과 사진, 영상들을 살펴보며 오전을 보냈다.
거리는 황금주를 맞아 대대적인 세일행사를 하느라 북적댄다. 카이펑 역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인데 성 안은 차가 아주 많이 막힌다. 도로는 좁고 사람은 많으니 당연하다.
먼저 찾은 곳은 따시앙궈쓰(大相国寺). 이곳은 원래 전국(战国)시대의 위나라 신릉군(信陵君)의 사저였다가 북제(北齐)가 정권을 잡았던 남북조 시대인 서기 555년에 이르러 지엔궈쓰(建国寺)란 이름의 불교사원을 지었다가 불에 탔다.
이후 당나라 시대에 무측천에 의해 폐위됐던 예종이 다시 복위한 시점에 다시 지어진 이 사원은 폐위되어 상왕(相王)의 신분에서 황제의 자리를 계승하게 된 것을 기념하여 712년에 '대상국사(大相国寺)'라는 편액을 내렸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호지의 노지심(鲁智深)이 큰 나무를 뽑는 동상이 있다. 바로 상국사 부근 채소밭에서 노지심이 80만 금군의 교두인 임충(林冲)과 의기투합 의형제를 맺은 곳임을 알려주고 있다.
따시앙궈쓰 천왕전(天王殿), 대웅보전(大雄宝殿), 나한전(羅漢殿), 장경전(藏经殿) 순으로 둘러봤다. 각 건물마다 독특한 불상들과 나한상들, 기나긴 역사를 가름할 불교 장식들로 넘친다. 특히 천수관음상 앞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천수관음이야말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사람들의 발길만큼이나 자주 하얗게 피어 오르는 향기도 코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향초를 피우는 냄새가 처음에는 약간 거북하긴 하다. 연휴이고 명절이라 좀 비싼 향초를 태우면 그 연기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