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내의 모습최종명
콩푸는 콩먀오의 서편에 있는데 공자 후손들이 살던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보통 푸(府)라 하면 행정기관과 주거공간이 복합된 곳이라 생각된다. 공자의 위상을 고려해 콩푸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공자의 후대 사람들을 이르러 옌셩꽁(衍圣公)이라 한다. 성현의 반열에 오른 공자의 사상을 널리 퍼뜨리는 사람이란 뜻일 것이다. 콩푸에는 옌셩꽁들의 삶과 가족문화가 잘 보존돼 있는 셈이다. 팅(厅), 탕(堂), 루(楼), 씨엔(轩) 등 각종 건축물들이 463칸이나 되는 거대한 집이다.
가운데 본채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가묘가 있고 서쪽으로는 공부방인 학원으로 구성돼 있다. 본채는 앞쪽으로 업무를 보던 관아가 있고 뒤쪽으로 주택이다. 공씨 집안은 대대로 이어 내려와 현재 76대 후손에 이르렀다. 76대 옌셩꽁은 대만에 있는 콩더청(孔德成)이라 한다.
왜 대만에 있는가. 아마도 쟝제스와 결혼한 쏭메이링의 언니인 쏭아이링(宋霭龄)과 공자의 75대손이라 알려진 꽁썅씨(孔祥熙)와 결혼했고 그는 쟝제스의 국민당 정부의 재정을 맡았기에 후에 일가가 대만으로 이주한 것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교롭게도 꽁샹씨는 중국공산당과 대만국민당 정부 모두에게 배척 받는 비운의 옌셩꽁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운이라기 보다 예와 도덕을 중시하는 공자의 사상이 그렇게 현실 정치에 참여지향적이었는지, 아니면 꽁샹씨 개인의 사욕이었는지 또는 당시 현실이 그를 쟝제스 국민당 정부의 2인자로 자리매김 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여간 콩푸에는 공자 후손들의 가계도가 있고 공자 일생을 벽화로 구현돼 있기도 하다.
콩푸를 나오니 다른 일행들은 호텔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는 혼자 떨어져 북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있는 콩린까지 걸었다. 콩린은 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공자묘가 있는 무덤이니 굳이 설명이 없어도 되고 오히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길거리 모습이 편해 보인다. 길을 오가는 마차들과 자전거들이 색다르다.
쯔셩린(至圣林)에 이르니 사람들이 많다. 문으로 들어서니 양쪽으로 공예품 거리가 형성돼 있다. 대체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예품들이 대부분인데 공자 얼굴이 있고 '친구가 멀리서 오면 그 아니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远方来不亦乐乎)라고 쓰여 있는 가방은 처음 보는 것이라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