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학생 태경도 씨와 브라질 학생 강만석 씨구은희
'죽을래?'와 '죽여주십시오'
또 다른 시간의 일이었다. 클래스 시간에 상영한 '한국 사람들의 일생'이라는 영상물을 통하여 죽음과 장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도중이었다. 갑자기 브라질 학생 강만석씨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죽을래'는 무슨 뜻이에요?"
"네? 다시 한 번 말씀해 보세요."
"'죽을래?'요. 영화 'My Sassy Girl('엽기적인 그녀'의 영어 제목)'에서 여자 주인공이 항상 남자 주인공한테 '죽을래?' 그러잖아요?".
"아, 그 영화요? 맞아요. 거기서 그 말이 나오지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건, 직설적으로 번역하자면 'Do you want to die?'의 뜻인데 속뜻은 육체적으로 진짜로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보다는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임을 뜻하는 거예요. 그래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이것도 여러분은 절대로 쓰지 마세요."
지난주에 같은 클래스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미안해요, 죄송해요'를 배우고 있었는데, 새로 학급에 들어온 미국인 김대영 씨가 갑자기 "죽여주십시오!" 조금은 어눌한 발음이라서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확인하였다.
"뭐라고 하셨어요?"
"죽여주십시오!"
"그건 어디서 배웠어요?"
"주몽에 나왔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 말이 신기했는지 한국 남편하고 결혼한 일본 부인 박선희씨가 묻는다.
"Please, kill me" 라는 뜻이에요."
"와! 정말요?"
"그렇지만 진짜로 죽이라는 뜻보다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하든지 죽이든지 맘대로 하시라는 뜻으로 용서를 구하는 거예요."
'은어, 인터넷 용어, 욕설'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나?
전에 한국어 교사들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한 적이 있었다. 분명 이러한 내용들도 한국어의 한 부분이니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과 그래도 학교에서 그런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던 기억이 있다.
필자의 견해는 학생들이 질문을 할 때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고 설명은 해 주되, 굳이 교실에서 가르쳐서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그러한 내용이 나올 때, 학생들의 눈이 더 반짝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인터넷 용어 'ㅋㅋㅋ'와 같은 인터넷 용어들도 학생들이 조금 지루해 하는 듯하면 살짝 던져서 학생들의 주목을 끄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라 하겠다.
다만, 우리 학생들이 '짭새'라는 말보다는 '경찰'이라는 말을 사용할 줄 알기를 바라고, 폭력적인 언어 사용으로 물든 우리의 드라마나 영화들도 조금은 순화된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내용으로 바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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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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