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바나나를 길에서 팔고 있는 우간다 농촌 모습.김성호
숙소에서 나온 우리는 100여m 떨어진 버스 정류장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나이로비 시내의 밤은 너무 위험한 곳이어서 강도라도 만날까 두려워 배낭을 멘 채 마라톤 하듯 뛰어간 것이다. 우간다로 가는 스칸디나비안 버스 정류장에는 대여섯 명의 현지인들과 30대 초반의 중국인 부부가 있었는데 중국인 부인은 임신을 한 듯 배가 많이 나와 있었다.
밤 10시쯤 도착한 버스에는 이미 3분의 2는 여행객들로 꽉 차 있었다. 버스는 내리고 타는 승객들을 교체하고, 화장실 이용을 위해 30여 분을 정차한 뒤 밤 10시 30분이 되어 출발했다. 나이로비에서 우간다의 캄팔라까지는 요금이 30달러(2000 케냐실링).
버스에 타자마자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추위가 느껴져 눈을 뜨고 잠에서 깨어보니 새벽 2시 20분이다. 버스 차창 위에서 비가 새면서 밑으로 떨어져 창 쪽에 앉아있던 나의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잖아도 가벼운 옷을 입은 나는 아프리카 밤의 냉기와 빗물이 합쳐져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중간에 잠시 차가 서서 어두운 밤에 길거리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한 뒤 다시 잠들었는데, 운전사가 모두 내리라고 승객들을 깨운다. 케냐와 우간다의 국경에 다다른 것이다. 케냐의 국경도시 말라바를 거쳐 우간다의 국경도시 토로로에 도착했다.
그 때가 오전 6시 10분.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출발한 버스는 밤새 쉬지 않고 8시간이나 나이바샤와 나쿠루, 엘도레트를 거쳐 달려왔다.
잠자는 사이 어둠을 헤치며 지나온 롱고노트 분화구와 나이바샤 호수, 나쿠루 호수 등은 바로 동아프리카 대지구대(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이다. 에티오피아 상공에서 본 아비시니아 고원의 동아프리카 대지구대가 케냐의 국경을 넘어 투르카나 호수와 보고리아 호수를 거쳐 나쿠루 호수와 나이바샤 호수까지 따라온 것이다.
고릴라와 친팬지의 고향... 인류의 진화를 찾아서
동아프리카 대지구대는 케냐와 우간다·탄자니아 등 3개국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 호수와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분화구와 킬리만자로산, 탕가니카 호수를 거쳐 말라위 호수까지 뻗어 모잠비크까지 가는 나의 여행길이다.
동아프리카의 지구대에 의해 갈라진 아프리카의 동서는 기후적 차이로 인해 인간 진화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쪽의 열대우림지역은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한 원숭이와 고릴라·침팬지 등 유인원의 서식처가 되었고, 동쪽의 사바나 초원은 유원인 등 인간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초기 인류화석들 대부분이 동아프리카 지구대 동쪽에서 발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따라 여행하는 것은 바로 인류의 진화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우간다와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열대우림지역은 고릴라와 침팬지의 고향이다. 그리고 케냐의 투르카나 호수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와 보이세이,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계곡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 라에톨리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등 초기 인류화석이 계곡을 따라 발견되었다.
서쪽의 열대우림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려 커다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원숭이와 고릴라·침팬지 등 나무 위로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동물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동쪽은 비가 적어 작은 관목만이 자라면서 넓은 초원이 펼쳐지자 사자 등 맹수에 대항해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두 손과 도구·불을 이용하면서 평지의 환경에 적응해 나가게 되었다.
우간다의 공용어는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