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제주는 지금 유채꽃이 한창일 것이고, 저 다랑쉬오름 근처의 풀밭에는 피뿌리풀이 화들짝 피어있을 것이다. 1948년 4월 3일부터 피의 학살이 시작되었으니 지금쯤 피뿌리풀의 깊은 뿌리는 죽은 자들의 피가 흠뻑 배어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들뿐 아니라 고사리장마에 쑥쑥 올라오는 고사리에도 망자의 피가 고여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여전히 우리 사회는 레드콤플렉스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미 군사독재가 막을 내린 지 오래 되었지만 사회 전반에 군사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여전히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아직도 반공이데올로기는 유효하다. 대한민국보다도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 더 애국자인 것처럼 착각하는 이들도 있으니, 간혹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미국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과거를 청산하는 것에 대해 인색한 것일까? 80년 5월의 광주, 학살자들이 여전히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이 나라 민주주의의 진보는 그들만을 위한 잔치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역사가 전진한다고 믿기에 이 땅에서 희망을 보고 살아가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