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이 땅의 소시민들은 모두 이렇게 자기의 짐꾸러미를 지고 힘겹게 봉우리를 오르고 있다. 그 봉우리에는 그들을 기다려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그들이 지고 가는 짐꾸러미는 흡사 '어두운 인생의 짐'처럼 느껴진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아니 시한부 인생을 남겨두고 있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내가 의미를 두고 하는 일들을 그때도 할 것인가 자신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고, 이젠 조금의 여유와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 보니 여지껏 내 삶은 '어두운 인생의 짐을 지고 봉우리를 오르는 군상'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아이들을 살린다고 한 일조차도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 아니었으며, 경쟁사회구조 속에서 뒤처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공존의 길이 아닌 공멸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시험점수에 태연한 척하면서도 시험점수로 아이들을 닥달했고, 학원으로 아이들을 몰아넣었으며 그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아이들도 나도 죽는 그 길을 걸어왔고,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쉰다.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서 부터 이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어느새 '한계령'에 나오는 큰오빠가 되어 있음에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이제 내리막길만 남은 봉우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