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화 교수가 수집한 야생콩의 한 종류.그는 750여가지의 야생콩을 수집해 놓고 있다.송성영
우리의 야생콩이 미국에 넘어가 유전자원으로 이용된다면 미국에 지적소유권이 생겨 더 이상 그 야생콩은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된다.
그 야생콩이 필요할 때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구입해야 한다. 국내에 그 야생콩이 널려 있다 하여도 우리 마음대로 그 돌콩을 이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규화 교수가 우리의 돌콩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정규화 교수의 승용차는 누구나 적용될 수 있는 보험에 들어 있다고 한다. 콩을 수집하는 학생들도 자신의 승용차를 종종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지역은 물론이고 주로 섬에 많이 다니기 때문에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파도가 높으면 발이 묶이게 되고, 또 아무 때나 수집하는 것도 아닙니다."
야생 콩이 덜 익거나 깍지가 터져버리면 소용없다. 적당히 여물어 터지기 전까지,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사이, 약 2주간에 걸쳐 수집을 끝내야 한다. 다양한 형질을 가진 야생콩의 계통을 확보하기 위해 5킬로미터 반경 안에서 단 한 종만 수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200개 섬을 목표로 수집을 하고 있는데 빈손으로 되돌아오는 일도 많았다.
돌콩이나 메주콩을 구해 오면 어떤 특성이 있는 콩인지를 알기 위해 다시 파종을 해서 잎이 나오면 그 잎을 잘라 유전자를 검사한다. 그리고 각 계통들이 가지는 특성을 파악하여 육종소재로서의 가치를 평가한다.
"예를 들면 바닷가에서 채집한 돌콩은 당연히 염분이 많은 데서 잘 자랍니다. 그렇다면 그 콩은 바닷가에서 재배하기 유리한 형질을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 돌콩의 유전자로 염분에 강한 대두를 개량해 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개량한 대두는 순전히 우리 것이 됩니다. 우리가 지적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수집한 수백 종의 돌콩과 메주콩을 재배해야 한다.
야생콩, 대책 없이 미국으로... '콩가루' 한국 정부
"작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돌콩을 재배해 달라고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요청했는데 나서는 데가 없었습니다. 당장 돈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재배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일이니까 그렇죠. 결국 내가 직접 부지를 마련해 재배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 연구를 이해하고 도우려는 독지가가 있어서 올해 돌콩 500가지와 메주콩 300가지를 재배하여 생육특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우리의 야생콩은 알게 모르게 아무런 대책 없이 미국에 넘어가고 있다. 훗날 그 야생 콩이 미국에 넘어가 '식량 무기'로 변신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어디 '콩'뿐이겠는가?
덧붙이는 글 | 정부는 작년 11월 대구에 농업진흥청 영남농업연구소 산하 콩 연구센타를 세우는 등 콩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콩의 원산지이면서 콩 음식을 가장 많이 먹는 우리나라에서의 콩 연구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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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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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콩, 100알 중 5알만 국산 토종콩 미국에 뺏기는 '콩가루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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