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군락김민수
아침 출근길, 주차장에 있는 쓰다버린 물통에 흙을 담아 만들어 놓은 화단에 무엇이 올라왔는지 버릇처럼 바라본다. 매발톱 새싹들이 기세가 좋은 가운데 앵초도 서너 개 꽃대를 올리고 피어 있었고 돌단풍은 벌써 꽃을 잔뜩 피웠다. 이제 곧 보랏빛 앵초가 피어날 것이다. 도시에서 초록의 빛과 눈맞춤을 하며 출근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오늘은 얼만큼이나 더 자랐을까?
기절할 뻔했다. 개구쟁이들이 애써 올라온 앵초의 꽃대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잘라버렸고, 꽃을 잔뜩 피운 돌단풍의 꽃대까지 모조리 잘라버렸다. 게다가 소꿉놀이를 했는지 이파리까지 뜯겨 있다.
'아, 일 년을 기다려 꽃대까지 올리고도 꽃을 못 피우는 꽃이 있구나!'
꽃대를 잃어버린 꽃을 보며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도 허구한 날 밑바닥 삶을 강요당하는 이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