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에 칼라펜을 가지고 메모하며 한국어 공부하는 주백합씨구은희
보통 수업 시간이 맞지 않거나 좀 더 빠른 속도로 한국어를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 중에는 클래스보다는 개인교습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백합씨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백합씨는 영어 이름 'Lily'를 한국어 이름으로 바꾸고, 백합씨의 아버지의 성을 따서 '주백합'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게 된 한국 아버지와 중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혼혈인이다.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니 사실 자신을 한국 사람이라고 할 것 같은데 백합씨는 자신을 미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닌 중국 사람으로 소개했다. 백합씨는 문구류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인데 얼마 전에 한국인 유학생 남편과 결혼하였다.
백합씨는 여러 면에서 다른 학생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처음에는 일반 수업을 택하여서 수업에 참여하였지만, 자신은 좀 더 빨리 한국어를 배워서 시부모님이나 남편하고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개인교습을 원한 것이다.
처음 개인교습을 시작할 때에 백합씨는 한국어 교재 외에 다른 책들을 같이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3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우고 온 백합씨이기에 아마도 그때 배우던 책이 있나 싶었는데 백합씨가 첫 시간에 가져 온 책은 바로 한국 요리 책과 성경책이었다.
그때만 해도 아직 결혼 전이었는데 곧 한국 남편과 결혼할 예정이라서 한국 요리들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요리책을 가지고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단순히 한국 요리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그것을 통해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처음으로 공부한 음식은 '콩나물 밥'이었다. 누구나 요리책을 한 번 정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동감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요리책에는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정확한 양을 말하기보다는 '알맞게'라든지 '적당히' 등의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이 많이 있다.
'콩나물 밥'에 관한 요리법을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닥친 문제는 '고슬고슬하다'라는 표현이었다. '그 외에도 물을 적당히 붓는다', '콩나물이 익을 정도로 알맞게 밥이 되면 불을 끈다' 등의 표현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식 교육을 받은 백합씨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한 요리책 외에도 우리는 성경을 가지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백합씨는 한국인 남편하고 함께 한국 교회에 나가는데 성경을 한국어로 이해하고 싶다는 것이 백합씨의 바람이었다. 백합씨가 택한 성경의 내용은 '잠언'이었는데 쉽게 풀이된 한영 성경을 가지고 와서 함께 공부하였다. 영어로도 되어 있지만 백합씨는 거의 영어 내용은 잘 보지 않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