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김현
사실 난 '누님'이란 단어에 어떤 갈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자만 있는 우리 집에서 누님이란 단어를 만나며 이상하게 가슴이 떨려오곤 했습니다. 어릴 땐 나에게도 누님 아니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언제나 저 마음 한쪽에서만의 생각일 뿐 입 밖에 내 본 적은 없습니다.
가끔 내 갓난아이일 때 여섯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누님 이야길 하며 눈물짓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떻게 생겼을까 그려보곤 했습니다. 사진 한 장 없는 누님의 얼굴은 낯선 연상의 여인에 대한 그리움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십대가 끝날 무렵까진 연상의 여인을 좋아했고 노래도 '연상의 여인'을 즐겨 들었고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연상의 여인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은 없지만 왠지 그 노래가 좋아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특히 "내 젊음을 엮어서 내 영혼을 엮어서 / 사랑했던 여인 연상의 여인 / 못다한 사랑이 못다한 내 노래가 / 그리운 마음에서 내 곁을 스치네"란 가사를 흥얼거릴 땐 정말 그런 여인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간절히 염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든 여성이 있어도 입 밖으로 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젊은 날은 흘러갔고 연상의 여인이 아닌 연하의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