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멸치의 고소한 맛 속에 은근히 입천장을 톡톡 쏘는 매운맛과 달착지근하게 넘어가는 감칠맛.이종찬
물럿거라! 싱싱한 봄 멸치회 나가신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멸치는 한자어로 멸치(蔑致), 멸어(滅魚), 수어(水魚)라 부르는데, 멸치, 멸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며, 수어는 물에서 나는 물고기의 대명사로 쓰인다. 멸치의 우리 말은 물의 옛말인 '미리'이며,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미리'가 '며리', '멸'로 바뀌었으며, 여기에 물고기를 뜻하는 '치'를 붙여 지금의 '멸치'가 되었다.
청어목 멸치과의 바닷물고기인 멸치는 몸이 길고 원통 모습이다. 멸치의 빛깔은 등 쪽이 암청색이며, 배 쪽은 은백색으로 옆구리에 은백색의 세로줄이 있다. 멸치가 알을 가장 많이 낳는 때는 5∼8월이다. 하지만 멸치는 겨울을 빼놓고는 거의 1년 내내 바다 속 20∼30m 깊이에서 캄캄한 밤중에 알을 낳는다.
정약전(1758∼1816)이 지은 <자산어보>에 따르면 멸치는 몸이 매우 작고, 큰놈은 서너 치, 빛깔은 청백색이며, 6월 초에 연안에 나타나 서리 내릴 때(霜降) 물러가며 밝은 빛을 좋아한다. 더불어 "밤에 어부들은 불을 밝혀 멸치를 끌어들여 손 그물로 떠서 잡는다, 이 물고기로는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도 만든다"고 쓰여 있다.
칼슘의 왕, 단백질의 왕이자 생선의 왕 멸치. 요즈음 마산 어시장에는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햇멸치가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이곳에 가도 생멸치요, 저곳을 둘러보아도 생멸치다. 특히 마산 어시장을 끼고 있는 부림시장 식당 곳곳에는 온통 멸치회가 다른 음식을 마구 비웃고 있다. 언뜻 봄 멸치회 축제라도 열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