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료값이라도 나와야 할 텐데 …정판수
그렇게 뼈 빠지게, 정말 뼈 빠지게 노동을 해서 얻는 대가는 이제 누구나 다 알다시피 입에 풀칠할 정도다. 신경림이 그의 시 '농무(農舞)'에서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라 했듯이 "비료값만 건져도 다행이다"는 말이 마을 어른들의 입에서 곧잘 나온다. 게다가 이미 좁아진 농투사니들의 목을 '한미FTA 협상'이 더욱 조를 판국이니….
농번기가 돼 간혹 도시 나가 있는 아들딸들에게 와서 일 좀 도와달라고 하기도 미안하다고 한다. 그 시간에 회사 나가 일하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벌 텐데 하시며.
그래도 아들딸은 혹사당하는 부모님을 생각해서 휴일이면 이내 달려오고. 다만 도시로 돌아갈 때면 또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단다. 아들딸은 제발 농사 그만 지으라고, 어르신들은 흙에 들어갈 때까지 할 거라고.
내가 "남는 게 없다는데 아드님 말대로 농사짓지 말고 쉬시지 그러셔요?" 하니, "살아온 게 농사고, 할 줄 아는 게 농사라 안 하고 놀고 먹을 수 있나"는 대답에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살아온 게 농사고, 할 줄 아는 게 농사다'는 어른들의 말과 '피땀 흘리며 지은들 아무 희망이 없는 농사'란 말이 다시 생각나 무거운 심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더럽게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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