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등 인근 도시를 빈번히 다니는 여객선강병구
특별히 바쁠 일도 없는 여행객이기에 더 여유롭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해변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그곳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여행하는 내가 더 분주해 보인다.
넓지 않은 잔디밭에 누워, 바다를 물씬 느끼며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할 말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연인이나,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느라 바쁜 아버지, 그리고 해변에 타이트한 운동복 차림으로 운동에 열심힌 멋들어진 아가씨까지,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집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아침에 빌린 자전거로 점심너머까지 해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출출해 졌다.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데, 갈 때는 처음 보는 이국의 바다에 시간가는 지 모르고 지나쳤던 그 길이 어찌나 멀던지. 결국 시내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항구주변의 장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항구를 좀 더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객선이 드나드는 부두에 "헛둘, 헛둘" 하는 낯익은 구령소리가 들렸다. '뭘까?' 하는 궁금함에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동양인들이 부둣가를 뛰고 있는 게 아닌가? 운동복 차림의 그들을 다시 보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자 그들도 놀란 듯했다. 알고 보니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이란다. 탈린에서 펜싱 대회가 있어 왔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 사람을 보니 너무 반갑다며 인사를 했다.
너무 열심히 운동 중이라 오래 말을 걸 수가 없어 짧은 응원의 말을 전하고 헤어졌지만, 나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한 이국땅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