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정동영 열린우리당 두 대주주가 '고건 이후' 판짜기를 주도하면 여권 통합 방향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이 중 한 사람은 고건 전 총리의 지역기반을 접수하면서 '도로 민주당'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8일 긴급회동 당시의 모습.오마이뉴스 이종호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절대불가를 외치는 한나라당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탈당을 선행할지, 아니면 한나라당의 완강한 반대 입장을 명분 삼아 탈당을 거부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의 존재다.
고건 전 총리가 또 하나의 불출마 사유로 꼽은 게 "기존 정당의 벽"이다. 이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자명하다. 그만큼 두 사람의 여권 내 지분은 크다.
두 대주주가 '고건 이후' 판짜기를 주도하면 여권 통합 방향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이 중 한 사람은 고건 전 총리의 지역기반을 접수하면서 '도로 민주당'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을 그대로 놔두고 탈당을 감행하는 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여권 정계개편에서 손을 떼더라도 두 사람의 위상과 역할을 조정한 후에 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전 총리를 향해 "실패한 인사"라고 말할 때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을 장관으로 기용해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덧붙여 말한 이유를 이 맥락에서 헤아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고건 전 총리를 상대할 때만큼의 명분이 없다.
김근태 의장은 고건 전 총리와 대북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거리를 둬왔다. 정동영 전 의장은 고건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신이 '제2의 고건'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함이다.
더구나 두 사람이 '고건 대체 인물'로 '지역'의 간택을 받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고건 전 총리를 지지하던 유권자 중 일부가 정동영 전 의장으로 돌아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지만 그 수준은 극히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도로 민주당은 안 된다"를 들고 나오기는 힘들다. 오히려 두 사람이 외곽에서 개헌을 고리로 걸어 탈당을 요구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곤혹스러워진다. 제2전선을 형성하든지, 퇴각을 하든지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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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민주당' 좌초시킨 노 대통령 부메랑으로 돌아온 '탈당'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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