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런 반문이 날아들 것을 예상했을까? 정 전 의장은 한마디 더 걸쳤다. "당의 중진들과 의견을 나눈 결과"라고 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옆으로 비켜 서 있는 것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공통분모를 확인했다"고 했다.
재선의원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재선의원의 주장은 '그들만의 것'이지만, 정 전 의장의 주장은 '공통분모가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정 전 의장의 주장은 보편타당한 것이고 상대적으로 대표성을 띠는 것이 된다.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원로원' 체제를 채택하지 않은 이상 몇몇 중진들의 의견도 그저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아무리 확장해도 여러 개로 쪼개진 당내 의견그룹의 일부, '원 오브 뎀'에 불과하다.
'미꾸라지 화법'은 거두는 게 낫다. 좀 더 솔직하게, 원론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바로 이것이다.
"불과 2년 8개월 전에 국민의 전폭적인 기대와 지지를 받았는데 지금은 열린우리당의 '열'자도 듣기 싫다고 한다. 이렇게 된 책임자가 나다. 지금은 '내 탓이오'라고 해야 할 때이며,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정 전 의장이 한 이 말에 핵심이 담겨있다. 책임 질 일이 있으면 2선 퇴진을 하는 것이고, 아니면 남는 것이다.
노무현·정동영에게 '책임 고지서'를 날려라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의 2선 퇴진을 요구하는 재선의원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물러나기'를 주문하는 정 전 의장 모두 책임을 구체적으로 거론해야 한다.
두 전·현직 의장의 어떤 과오가, 그리고 노 대통령의 어떤 과오가 당을 망쳤는지를 조목조목 들고 그에 맞는 책임 분량을 제시해야 한다.
원칙이 그럴 뿐 아니라 현실 또한 그렇다. 정 전 의장 스스로 왜 나보고 물러나라 하느냐고 반박하는 형국이고, 노 대통령 또한 국정 수행에 큰 과오는 없었다고 연일 강변하는 상황이다.
현실을 들먹일 게 아니라 책임을 따져야 한다. 아주 구체적으로 책임을 따져야 한다. 그래야 '원칙있는 국민 신당'이 '질서있게' 추진될 수 있다.
누가 뭘 잘못했는지를 규명해야 새로운 노선과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에 관해 재선의원들은 별 말이 없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은 밝혔다. 이런 진단을 내놨다.
"불필요한 내부 투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난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찍었다가 돌아선 유권자들을 인터뷰했더니 이념적 개혁노선과 분열적 내부투쟁, 즉 실용 대 개혁 논쟁을 이유로 들었다. 이제 다시 실용개혁 노선으로 가야 한다."
'이마'가 문제였으니 '마빡'으로 하자는 정 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