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 얼굴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웃으면 하얀 이가 그리 예쁠 수 없는 여선생님입니다. 시골 깡촌의 촌놈인 나에게 그 선생님의 하얀 얼굴과 고운 손, 맑고 고운 노랫소린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느덧 어린 내 가슴에 선생님은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악 시간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춰 노래를 따라하면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해 겨울 선생님은 갑자기 학교를 떠났습니다. 무엇 때문에 떠났는지 모르지만 교실에 들어서면 풍금을 치던 선생님의 얼굴이 그리움 되어 내 작은 가슴을 적시곤 했습니다.
선생님이 떠난 그 해 겨울, 눈이 참 많이 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눈이 온 날은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 달려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며 뒹굴고 놀았습니다. 그렇게 뛰놀다 교실에 들어와 꽁꽁 언 손을 석탄 난로를 쬐며 녹이곤 했습니다. 난로 위에는 양은 도시락들이 10층 탑을 이루며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늘 함께 있으며 상냥하게 웃어주던 그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즐겁게 뛰어놀다가도 그것이 허전하여 선생님이 앉았던 풍금 치던 자리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인도 어린 시절 그 풍금 치는 소리가 그리웠나 봅니다. 함께 눈뭉치를 만들어 던지다 깔깔거리며 놀던 친구들이 그리웠나 봅니다. 그리고 예쁜 여선생님이 쳐주던 풍금소리도 그리웠나 봅니다.
눈 덮인 운동장에 어린 아이와 엄마가 들어와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엄마는 눈뭉치를 굴리며 아이에게 사랑의 풍금소릴 들려주고 있는지 모릅니다. 눈사람을 만들며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간의 주고받는 사랑의 손길이 빈 교정을 지켜주는 느티나무인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