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17시 20분] 기차 역 도착
조금 복잡한 다리를 건너니, 많은 택시들이 서 있는 건물이 보인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곳이 '기차역'이란다. 화물 부치는 곳은 건물 맨 왼쪽 코너로 돌아가면 있단다. 코너로 들어간 후 왼쪽에 보니 1m 조금 넘는 높이의 둔덕에 수화물들이 가득한 곳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물어보니 사무실로 가란다. 사무실은 그곳 조금 왼쪽에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서 다시 수화물들이 있는 곳의 담당자를 찾아가란다. 왼쪽에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고, 안내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가서 자전거를 보여주니 '서류'를 준다. '이름, 자전거이름, 연락처' 등을 직접 적고, 모르는 부분은 담당자가 알아서 적어주었다.
아 참, 인도 기차를 이용할 때는 미리 안장 부분을 '헝겊이나 천 등으로' 포장해야만 기차에 실어 준단다. 영준씨가 미리 알려줘서 '파란색 방수천'으로 안장을 여러 번 감아서 역에 갔다. 다행히, 무사통과.
18시. 서류 작성하는데 30분이나 걸렸다. 서류를 들고 사무실에 접수하는데, 자전거 운반요금이 101RS이란다. 할인해 달라고 해봤지만 거절당했다. '정해진 금액' 같아서, 그냥 돈은 내고 기다리다가 자전거를 촬영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카메라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사진을 찍어주고 보여주니까 아주 좋아한다. 처음에는 사무실 밖에서 찍다가, 사무실 안까지 들어가서 담당 직원들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밖에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이 조금 소란스러워 져버렸다. 결국, 직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쫓겨났다. 물론 나도 ^^;
[19시 15분] 기차 탑승
18시 53분쯤 되자 짐 싣는 아저씨가 다시 와서 먼저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도와준다. 내가 빈 화물칸에 먼저 들어가, 텅 빈 칸 맨 위에 자전거를 직접 들어올렸다. 그 위에 짐 올리는 건 아니냐고 물어보니, '걱정마세요'라고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다.
자전거를 실은 후에 내 자리를 확인해보니, 짐 싣는 칸에서 6-7칸 뒤쪽에 있다. 자전거가 그동안 책임지고 있었던 모든 짐을, 뒤로 앞으로 메고, 양손에 들고, 달리고 달려 내가 탈 열차 칸에 도착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고, 거친 숨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가 온몸으로 느껴졌지만 이제 정말 바라나시로 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
[19시 25분] 기차 안
6인실처럼 보이는 8인실 슬리퍼 룸. 뒤 등받이를 위로 들어올려서 쇠줄을 3층 침대의 연결고리에 연결하면 또 하나의 침대가 된다. 천정에는 선풍기 세 대가 공평하게 회전하고 있고, 창문까지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거기다가 비까지 살짝 내리고 있어 너무 시원하다.
불교학과 대학생이 '여행목적'을 묻는다.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설명해주니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그 친구에게도 '희망질문'을 했는데, 필기체 스타일이라 알아보기가 힘들다.
천천히 써달라고 부탁하고 반대편 자리 쪽을 봤는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가린 여자분이 앉아 계셨다. 눈만 보인다.
몸을 움직일 때, 아랫부분에 화려한 주황색 속치마(?)가 보였다. 지금 시대에도 아직까지 저런 엄격한 법 안에 사는 여자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검은 베일 속의 화려한 속치마는 '억눌린 자유'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자리 앞에는 볼록하게 배가 나온 전형적인 40대 아저씨가 앉아 계시고, 그 옆에는 작은 빨간 밥솥을 가지고 있는 붉은색 옷 입은 할머니가 지루한 표정으로 통로 쪽을 바라보고 있다. 말끔한 흰색 와이셔츠에 흰색 머리카락을 점잖게 빗어 넘긴 할아버지는 아까 창문 밖에서 환송해주던 조카 손녀를 생각하는 것 같다.
열차는 '덜커덕~ 덜커덕~' 기계음을 내며 나에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선물하기 위해 부지런히 어둠 속을 달려가고 있다.
[20시 45분] 다음 역 정차 중
검은 두건 쓴 여인이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20대 초반으로 보인다.
창밖의 음식 판매상들은 부지런히 지나다니며, '짜이~짜이~'를 외치기도 하고, 별 말없이 담배가루 비닐 팩을 주렁주렁 들고 다니는 상인들도 보인다. 역 한 편 모퉁이에는 왁자지껄한 역 분위기와는 관계없는 것처럼 배가 볼록한, 벌거벗은 어린아이가 그냥 서 있다. 결코, 음식을 잘 먹어서 배가 나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배가 볼록한 아저씨는 작은 팩 안에 든 '담배가루'를 씹고 있고, 기차가 다시 움직이자 두건 아가씨는 다시 두건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붉은 옷 입은 할머니가 에어베개를 내게 건네며 웃으신다……. 열심히 불어서 에어베개를 볼록하게 만들어 드리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하얀 와이셔츠 할아버지를 위해서 많이 신경 쓰시는 것 같다. 원래 내 자리는 맨 아래인데, 나보고 자신의 자리(2층)와 바꾸자고 하신다.
자신의 남편(하얀 와이셔츠 할아버지)이 몸이 좋지 않아서 자신이 가까운 곳에서 돌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두말없이 웃으면서 위로 올라갔다. 1층 등받이를 펼쳐서 연결고리를 3층 침대 연결고리에 걸면 침대가 완성된다. 그런데 왼쪽 고리를 끼우면 오른쪽이 빠지고, 오른쪽을 끼우면 왼쪽이 빠진다.
여러 번 시도 끝에 고리를 끼우고 위에 올라가서 누워있는데, 화장실 갔던 불교대학생이 왔다.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있는 자리가 자신의 자리란다. 알고 보니 할머니 자리는 3층이었던 것이다. 내가 상황 설명을 해주자, 웃으면서 순순히 3층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검은 두건 아가씨가 완전히 두건을 벗고 쉬고 있다.
불교대학생이 내일 자신의 대학교에 함께 가자고 한다. 내일은 '바라나시대학교' 견학 갔다가 한국에서 할 일 등을 계획해야겠다.
▲박정규 인도 자전거 여행 코스오마이뉴스 성주영
| | 여행 수첩 | | | | 1. 이동경로: 콜카타 서더스트리트 - 콜카타 하우라 역
2. 주행거리: 미기록
3. 경비: 3만4381RS
항공권(뉴델리-대한민국-샌프란시스코): 3만4215RS / 점심: 20RS / 저녁: 18RS / 자전거 운반요금: 101RS / 작은 식빵: 5RS / 주스: 7RS / 병 우유: 15RS
4.음식
점심: 김치볶음밥 저녁: 오므라이스, 작은 식빵, 병 우유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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