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한글 메뉴가 가득했다.박정규
숙소 앞 거리 '티루파티(포장마차)'
조병준씨(<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의 저자. 전에 학교에서 한 번 뵌 적이 있다. 혹시나 해서 출발 전에 메일을 보냈더니, 마더 하우스에서 일하고 계시단다)를 만나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포장마차' 주방을 구경하는데(포장마차 맞은 편, 거리 한쪽 벽 아래에서 '조리'를 하고 있었다) 반가운 '한글 메뉴'(비빔밥, 라면, 김치볶음밥, 파전, 김치파전, 쌀죽, 그냥 맨밥, 녹두전 등)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뉴판도 '국제화(일본, 중국어, 프랑스, 에스파냐어 메뉴판이 있었다)'.
다른 여행자 분이 이 식당의 유래를 말해주셨다. '한 한국인이 몸이 너무 아파서, '쌀죽'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요리'할 힘이 없어서 '식당 주인'에게 '쌀죽' 요리법을 전수했습니다. 그 때부터 '한국요리'를 조금씩 배워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한국말도 제법 잘하시고, 음식 맛도 좋아 식사시간마다 긴 의자 두 개는 항상 만원이다.
택시기사에게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 거리를 물어보았다. 콜카타-뉴델리(2400km), 콜카타-바라나시(770km). 생각보다 너무 멀다. 앞길이 까마득하다. 기사 아저씨가 바라나시까지 자전거 타고 가다 '죽을 수도 있다. 너무 위험하다'며 택시로 안전하게 같이 가자면서 1000 루피에 해주겠단다. 그냥 웃으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릭샤 한 쪽에 저렇게 '번호판'이 있었다.박정규
13시. '미 수와이브(사이클 릭쇼 운전자, 네팔에서 일하러 왔다고 함)'란 친구가, 처음에 사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줬더니, 한 장에 25루피를 요구한다. 어이없다.
'내가 원한 게 아니고, 당신이 원해서 찍어 준건데, 내가 돈 줄 이유가 없지않습니까? 원래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돈 받는 겁니다'라고 말하니까, 자기 '사업'이라며 계속 돈을 요구한다. '이런 방식'은 좋지 못한 방법이라고, '고객에게 먼저 촬영 및 인근 관광코스별 설명과 가격 안내'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식당 메뉴판'을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내일 만나서 같이 관광코스를 돌면서 사진촬영을 해달란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환전'할 생각이 없느냐고 또 말을 걸어온다. 중국 잔돈을 몇 개 주니까 그냥 가져가 버렸다. 말하는 것과 행동에 '신뢰'가 가지 않아 '내일 사업에 대한 도움'은 없던 걸로.
조병준씨를 만나서, 마더 하우스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내일 아침에 등록하러 가기로 하고 다시 숙소로.
▲충격으로 뒷짐받이 고정부분이 부서졌다.박정규
속도계가 작동하지 않아, 위치를 재조정하자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부러진 짐받이 고정 부분은 다시 한 번 케이블 타이로 고정. 밤새 의자에 앉아 있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하다. 한숨 자고 저녁 먹으러 가려고, '파이팅 코리아'를 찾는데… 옷이 없다. '쿤밍 숙소'에 두고 온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출복'인데….
저녁에 마더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조병준씨가 준비한 '작은 고기파티'에 초대 받았다. 숙소 옥상에서 '작은 식탁 위에 촛불'을 켜놓고, 한쪽 편에서는 고기를 굽고, 한쪽에서는 고기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너무 마음이 푸근해진다. 식사 후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조병준씨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에 대한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숙소 앞 한국음식 잘 하는 포장마차박정규
"처음에는 빨래만 하다가 왜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과 같은 생활을 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 있는 동안 노력해보십시오.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여러분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자기희생'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는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인데 '희생이 아니라,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전 이곳에 오면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자꾸 오게 됩니다'
말보다 고통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감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행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곳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배우는 학교와 같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일을 하면서 '회의와 지나친 자부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 수녀님이 하신 말씀('여러분은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없어도 우린 이곳을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습니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전, 이곳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고, 비관적인 인생관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인, 일본인이 많이 묶고 있는 숙소박정규
방으로 돌아와 일본 친구 나오기(22세, 대학 졸업반, 방학 이용해 인도 여행 중)와 많은 대화를 했다. 갑자기, 우리나라 남자들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 모든 남자들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군대에서 보내는 기간들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셋째. 여가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도전' 등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서(제대할 때까지 300권 독파한 사람도 봤다), 운동, 공부(대학 입시 준비, 언어공부), 여행 등.
넷째. 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다.
다섯째. 국가의 존재에 대해서(군사문제의 중요성)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군 생활을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해서, 삶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국가의 정책'만 비판하는데 시간을 소모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고, 그 '선택'에 따라, 제대 후의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서더스트리트 골목길박정규
| | 여행수첩 | | | | 1. 이동경로: 인도 콜카타 공항 - 서더스트리트
2. 주행거리 및 시간: 3시간(속도계 작동 안 함)
3. 사용경비: 200RS(인도의 화폐단위, 1$=45.5RS) 사이클 릭샤 40RS / 숙박비: 70 / 점심: 25RS / 저녁: 20RS/ 콘센트 220볼트용 하나: 10RS / 물 한 병(1리터): 10RS / 인터넷카페 1시간: 20RS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기내식 빵(전 날 조금 챙겨 놓았다.) 두 개 점심: 덮밥 저녁: 비빔밥 밤참: 약간의 고기와 약간의 술
5. 신체상태: 밤새 공항에 앉아 있어서, 온몸이 뻐근하고, 전체적인 피로감이 느껴짐. 그러나 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는 게 너무 기뻐 푹 잘 수 있었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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