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라서 좋다>를 낸 배우 오지혜가 '윤여정'편을 펼쳐보고 있다.조성일
오지혜가 연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비판은 왜 친한 사람만 인터뷰 하느냐, 너무 칭찬 일색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지혜의 입장은 분명하다. 자신은 평론가가 아니라는 점과 자신과 별로 친하지 않은, 오지혜식 표현을 빌리면, 글이 마렵지 않은 사람을 왜 인터뷰하느냐고 했다. 그런 인터뷰는 그런 인터뷰를 할 다른 인터뷰어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시간이 돈인 사람들을 사정사정해서 불러놓고 뒷담화나 까야 하겠습니까. 비평과 분석은 비평가나 기자들이 할 일이고, 그들과 멀리 있지 않는 저는 그저 동료, 선배, 후배를 만나 파이팅을 외쳐줄 뿐이었습니다."
칭찬 일변도라는 비판에 대해 이렇게 항변하는 오지혜는 친한 사람만 인터뷰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자신의 인터뷰는 친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아우라를 쓴 것인데, 이게 아니라면 차라리 틀린 글이 아니라 싫어하는 글이라고 말해달라고 할 정도로 똑 부러진 입장을 갖고 있다.
문소리를 인터뷰하면서 "언제나 인터뷰이(inter-view-ee)입장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인터뷰어(inter-view-er)로서 갖는 자리"랍시고 챙겨간 취재수첩을 테이블 위로 꺼냈다 넣었다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정작 무엇을 받아 적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지만 남아있는 또렷한 기억 하나는 홍보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얘길 하고 다닐 그녀가 측은하게 여겨져서 시시껄렁한 호구조사는 생략했던 점이다. 과부 마음을 아는 홀아비를 자임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지혜의 인터뷰는 절반 이상이 수다였고 정색하고, 말 주고받음으로 이루어진 인터뷰는 극히 적었다. 오죽하면 탤런트 윤여정이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서는 오지혜에게 인터뷰는 언제 할 거냐고 했을까.
오지혜스러움은 바로 'O형' 기질
지난 대선에서 될 사람 밀어주자는 심정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고 그 후 공개적으로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오지혜에게 최근 여성 총리,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자생 페미니스트 오지혜의 대답은 아직도 '여성'자를 붙이는 우리 사회의 의식이 한심스럽다며 그냥 '한명숙 총리'라고 부르면 어디가 덧나느냐고 한다.
오지혜는 솔직하다. 그래서인지 영화 <이대로, 죽을 순 없다>의 감독인 남편 이영은은 오프라 원프리쇼 같은 프로는 죽었다 깨도 못 맡는다고 한단다. 늘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는 없기에 싫은 사람도 겉으론 좋은 척 하며 만나야함에도 오지혜는 그게 안 되기 때문이란다.
아이 엄마인 오지혜는 길가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꼭 참견을 할 만큼 오지랖도 넓다. 얼마 전에도 동네 어귀에서 엉켜 싸우는 술 취한 두 사람을 뜯어 말렸었다. 다행히 그 사람들이 시비를 걸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등골이 오싹해지더란다. 그날따라 딸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어두운 골목길이 유난히 으스스하더란다.
배우 오지혜는 땅거미가 지는 저녁이면 다시 배우로 돌아오기 위해 잠시 엄마, 며느리 자리로 돌아간다. 늘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어머니가 감기에 걸리셔서 저녁에 영화 <사생결단> 시사회를 보려면 잠깐이라도 아이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찻집을 나서면서 문득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활짝 웃는 오지혜는 어떤 배우일까, 오지혜스러움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리타분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려 하고, 잔소리 많고, 흥분 잘하고, 잘 놀고, 활달하고, 전형적인 O형이죠."
딴따라라서 좋다 - 오지혜가 만난 이 시대의 '쟁이'들
오지혜 지음,
한겨레출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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