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귀성·귀경길에 읽는 짧지만 긴 여운~

[이주의 오마이북] 1월 넷째 주, 이 책을 주목하자!

등록 2006.01.28 19:07수정 2006.02.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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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수상소설집 <밤이여, 나뉘어라> – 정미경 외

a <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문학사상사

최근 몇 년째 범 아시아적인 한류 열풍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열기는 일본에서 또한 마찬가지로 보아, 배용준, 최지우 등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문화 컨텐츠가 일본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유독 문학 분야에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일류(日流)가 판을 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초 소설가 공지영이 자신의 신작인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소담출판사)이 1월 셋째 주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모 언론과의 인터뷰 중 이와 같은 문학계 일류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국 소설문학에는 젊은이들의 사랑은 없고 아줌마 아저씨들의 불륜만 득세했죠. 사회는 급변하는데 작가들이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틈새를 일본 문학이 파고든 거고요."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자성의 목소리과 함께 한국 문학이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후진국이라서 그래요'라고 한 발언은 일부 누리꾼들에게 원성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일류 열풍을 떠나 장기화되고 있는 한국 문학계 침체기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단면이라 하겠다.

하지만 매년 이 맘 때만 되면 이러한 한국 문학의 침체기를 비웃는 듯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쓰는 작품들이 있으니 바로 <현대 문학상 수상 소설집>과 <이상 문학상 작품집>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중 단편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들만을 엄선하여 싣고 있는 이 두 문학상 작품집 중 특히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51회라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현대문학상 작품집>의 권위와 역사에 버금갈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도는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한마디로 '한국 문학의 흐름을 대변하는 소설 미학의 결정'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올해 2006년 수상작은 화가인 김병종 서울대 교수의 부인으로도 유명하며, 지난 2002년 <장밋빛 인생>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정미경 선생의 단편소설인 <밤이여, 나뉘어라>가 차지했다.

절친한 친구의 천재성에 절망하고 감탄하면서도 그를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주인공이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었던 친구가 알코올중독에 빠진 것을 보고 그를 부정하며 회한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선망이자 경쟁의 대상이 해체됨에 따른 자기 환멸, 즉 인간의 욕망과 존재에 대한 허무감을 담담한 자기 고백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대상 수상작인 정미경 선생의 <밤이여, 나뉘어라>과 자선 대표작 <나의 피투성이 연인> 외에 자서전 성격의 <영원을 꿈꾸는 나의 노래여>가 실려 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다른 구성이 특이할 만하다. 매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독자분들에게는 대상 수상작가의 문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될 듯.

이밖에 우수작 수상작으로 구광본의 <긴 하루>, 김영하의 <아이스크림>, 함정임의 <자두>, 전경린의 <야상록>,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 윤성희의 <무릎>이 함께 실려 있다.

꽉 막힌 귀성 귀경 길, 차 안에서 짜증만 내기보다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는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어보는 것만큼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없을 것 같다.

책을 덮는 순간,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침체기에 빠진 한국 문학계 또한 이 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학사상사 / 9500원)

[경제]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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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 ⓒ 한스미디어

영화배우 장동건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첸카이거 감독의 한중 합작영화 <무극>의 홍보 차 지난 18일 내한했던 여배우 장바이즈(張柏芝)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으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은 역시나! '빨리 빨리'였다고 한다.

립 서비스인지는 모르겠으나 의외로 장바이즈는 '빨리빨리'가 싫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홍콩영화와는 달리 한국영화의 '빨리빨리'를 통한 빠른 전개에 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

전세계적으로 최단 기간의 제작 일정을 자랑하는 홍콩영화 시장을 감안한다면 이 말은 '빨리 빨리'가 결코 '대충 대충'과 같은 개념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진행을 통해 제작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그 동안 우리들은 '빨리 빨리', '냄비 근성' 등 우리 자신들에 대해 너무나 부정적인 의식만이 팽배해져 있었다. 최근 불거졌던 황우석 사태 또한 '빨리 빨리'의 압박 속에서 저지른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소장파 학자들이 그 동안 뿌리 깊게 내려왔던 권위주의에 대한 타파와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지금 서두가 너무 길었다고 생각하시는 '빨리 빨리'의 전형적인 한국인 독자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이 책은 다름 아닌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으로 그 동안 우리 스스로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것, 이른바 '빨리 빨리' 문화를 비롯한 깡다구 문화, 학연 지연중심사회, 1등지상주의 등이 암울한 역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결코 과장과 비약이 아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강력히 추천한다. (한스미디어 / 1만 2천원)

[인문] <삼색 공감> – 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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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공감> ⓒ 개마고원

우리에게 남성 심리 전문가이자, 칼럼리스트로서 더 유명한 <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의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의 신간 <삼색 공감>이 출간되었다.

남자들의 삶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진료와 연구를 진행해 오면서 그들이 말하는 남자 자신과 여자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시나브로 사람과 인생 안에 숨어 있는 '다면성'이란 화두에 집중하게 되었다던 그가 내린 결론은 아무리 하찮고 미미한 존재나 의미라 할지라도 그것이 품고 있는 다양한 본질을 인정하고, 또 나아가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나이듦과 동시에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인간이 되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가 이번에는 '공감'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우리와 세상과의 공감을 시도하고 있다.

즉, 다면성의 또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는 '개별성' 안에 보편성이 있다는 사실을 피력하며 그 보편성에 내재하고 있는 키워드 '공감'을 정신분석학의 개념을 빌려와 사람, 관계, 세상 속에서 읽어낸다.

세 장 모두 놓쳐서는 안될 내용들로 가득하지만 특히 첫 번째 장인 '사람 공감'은 정혜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필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즉 심리분석과 인물평전 어느 것 하나에도 치우침이 없이 유명 인사들을 데려와 속시원히 주무르면서도 심리적인 측면에만 국한시키지도, 사회적 맥락 속에만 가둬놓지도 않는 그녀만의 독특한 영역인 심리평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개마고원 / 1만원)

[역사] <블랙 아테나> – 마틴 버낼

a <블랙 아테나>

<블랙 아테나> ⓒ 소나무

세계사를 논함에 있어 그 중심은 항상 서양사, 즉 유럽의 역사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왔던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는 지난 해 초,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넘어 진정으로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공존하는 세계사를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 역사의 정수를 보여줬던 책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소개했던 것을 다들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에는 출간된 지 19년만에 처음 소개되고 있는 이 책 <블랙 아테나>는 서양 고전 문명의 뿌리를 해부하고 있으며, 단순한 기술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랙 아테나>의 정치적 목적은 유럽의 문화적 오만을 줄이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서양사의 대표적인 역사인식인 아리안 모델, 즉 유럽 문명의 근간을 이루었다고 인정받고 있는 고대 그리스 문명이 실제로는 이집트, 페니키아와 같은 동방 문명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으며, 정복과 식민지 야욕을 통해 다른 고대 문명을 착복함으로써 서양 문명사에 있어서 여타 문명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서양 우월 의식 속에서 탄생한 날조된 문명사였음을 고발하고 있다.

전체 4권 완간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는 이 <블랙 아테나> 시리즈는 1권이 서양 문명사의 날조된 역사를 고발하고 있다면, 2권은 이 주장에 대한 문헌학과 고고학적인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올해 출간될 3권에서는 그리스 고대 지명의 기원, 4권에서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신과 영웅들 이름의 기원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소나무 / 3만원)

[문학] <루비 레드> – 로렌 슬레이터

a <루비 레드>

<루비 레드> ⓒ 에코의서재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심리학의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 중에 한 작품인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의 저자 로렌 슬레이터 신작이 출간되었다.

놀랍게도 이번 작품은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먹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인 왕비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모녀의 애증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표제작 <루비 레드>를 비롯하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총 15편의 작품이 담긴 심리 동화집이다.

의외의 장르라고 생각 하시는 분들은 머리말에 실린 저자의 말을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나는 특히 동화가 이야기 심리요법으로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동화는 때때로 우리들의 자아를 가장 적나라하고 분명한 방식으로 드러내준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간 심리 파악에 있어서 탁월한 감각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저자의 능력에 기발한 상상력까지 더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동화 형식을 통해 가족간의 불화, 선악의 대립, 사랑과 배신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삶의 애달픔에 직면하고 그 상처를 치유해 주고 있다.

즉,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환상 속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에 대한 현실 풍자를 가능케 함으로써 지금껏 갖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삶의 내면과 현실을 바라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에코의서재 / 9500원)

[문학] <하워즈 엔드> – E. M.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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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즈 엔드> ⓒ 열린책들

20세기 초반의 영국 문학은 이른바 "영국문학의 영웅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설 기법의 등장, 즉 시간의 흐름을 개인의 의식의 흐름으로 간주하고 인간 의식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 이른바 모더니즘(Modernism)이라는 새로운 문예사조를 탄생시키는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문단과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따라서 이 시대에 활동했던 영국 문학작가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제임스 조이스, D.H. 로렌스, 버지니아 울프 등이 있으며, 이들과 함께 <인도로 가는 길> <전망 좋은 망>의 E.M. 포스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 M 포스터 대부분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번에 출간된 <하워즈 엔드> 또한 지난 1992년 안소니 홉킨스, 엠마 톰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상과 현실, 인습과 자유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으로 상반되는 두 가문, 세속적인 윌콕스 집안과 이상적인 슐레겔 집안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 그려냄으로써 그의 심오한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력이 돋보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E. M 포스터 최고의 걸작.

이미 출간된 <전망 좋은 방> <모리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하워즈 엔드>에 이어 <기나긴 여행> <콜로노스의 숲> <인도로 가는 길>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등 전 7권 완간을 목표로 E. M. 포스터 전집이 출간된 예정이라고 하니 그를 좋아하는 독자 분들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열린책들 / 9500원)

[문학] 최인호 수상록 <문장> –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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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 랜덤하우스중앙

지난 해 말부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작가 분들의 에세이가 속속 출간되고 있다. 박완서 선생의 <잃어버린 여행가방>, 오정희 선생의 <내 마음의 무늬>에 이어 이번에는 최인호 선생이 40년의 작가 인생을 뒤돌아보며 삶에 대한 통찰과 겸허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수상록 <문장>을 펴냈다.

최인호 선생이 누구인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입상하여 등단한 이래,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선사하며 한국 문학계뿐만 아니라 <겨울 나그네> <별들의 고향> <상도> <해신> 등 선생 대부분의 작품들이 영화 TV 드라마로도 제작됨으로써 이제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는 한국 문화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 아닌가?

이 책은 최인호 선생이 문화, 예술, 철학, 역사를 접하면서 깨달은, 40년 작가 인생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아포리즘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동양화가인 이보름의 그림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색다른 맛이다. 어디 한번 살짝 맛보지 않으시렵니까?

살아 있음은 초가을 황혼 무렵 풀을 스치는 바람 소리 같은 것. 조용히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다. 풀과 풀이 엮는 풍금 소리를. / 잠시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 우리들이 살아서 속삭이며, 악수를 하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바람이 불면 잠시 누웠다 일어서는 풀처럼. - <살아 있음의 의미> 전문 - (랜덤하우스중앙[전2권] / 각 권 8500원)

밤이여, 나뉘어라 - 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정미경 외 지음,
문학사상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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