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지금으로부터 350년 전인 1653년. 네덜란드 호르큼에서 태어난 헨드릭 하멜이 제주도 해안에 도착한다.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폭풍우을 만나 표류하다가 부득불 제주에 배를 댄 것이다.
이후 조선 정부에 의해 억류된 하멜은 13년을 조선에서 살았고, 일본으로 탈출한 후에는 연합동인도회사에 억류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하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후 이 '하멜 보고서'를 바탕으로 씌어진 <하멜 표류기>는 서양인들이 조선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됐다. 과연 푸른 눈의 이국인 하멜은 조선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최근 출간된 <항해와 표류의 역사>(솔. 김영원 국립제주박물관장 외 지음)는 하멜의 제주도 도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연구하고, <하멜 표류기>를 통해 우리 근대사를 조명해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항해'와 '표류'라는 독특한 키워드를 통해 역사에 접근한다는 방법론이 참신해 보인다.
저자인 김영원 관장은 서문을 통해 "항해의 역사는 곧 문물교류의 역사"라고 정의하며, "한국을 중심으로 고대로부터 항해와 표류로 인해 어떤 문물의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살폈다"는 출간목적을 밝혔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등을 통해 전해지는 표류신화가 어떤 경로를 통해 '뜻밖의 만남이 가져온 문물교류'로 완성되는지를 살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연오랑과 세오녀의 신화를 포함 김수로왕의 부인 허왕옥의 도래신화, 경주 황룡사 장륙존상 설화 등이 소개된다.
2부는 하멜의 이야기다. '조선인의 생활상을 처음으로 서양에 알린 하멜의 제주 표류는 조선 근세사의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출발, 당시 동방무역의 실태와 기록물, 유물들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하멜 표류기> 필사본(원본)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항해와 표류, 그리고 문물교류에 초점을 맞춘 학자들의 논문은 3부로 묶였다. 국립제주박물관 안경숙 학예사의 '바다를 통해 교류된 한국 고대 문물', 제주대 고유봉 교수의 '해양학적 관점에서 본 하멜 표류', 국사편찬위원회 이훈 연구위원의 '조선인의 표류와 기록물' 등 총 11편의 관련논문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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