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같은 사랑>을 낸 출판사는 확대된 책의 표지를 앞뒤로 건 사람이 거리를 오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당그래
부담 없는 주제와 잘 읽히는 문장으로 무장한 인터넷소설의 열풍이 뜨겁다. 특히 활자로 대표되던 아날로그 문화가 영상과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문화에 밀리기 시작한 이후론 그 변화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최근 출간된 인터넷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은 만 18세의 소녀 귀여니(본명 이윤세)를 '스타'로 만들었고, 전반적인 출판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권이 불티나게 팔리는 놀라운 이변을 연출했다.
얼마 전 공중파방송의 드라마로 각색돼 혼전동거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을 바꾸며 세상의 주목을 받은 <옥탑방 고양이> 역시 2001년 인터넷 사이트 '마이클럽'에 연재된 김유리(26)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이러한 인터넷소설 열풍에 힘을 보탤 또 하나의 작품이 출간돼 화제다. 대구 가톨릭대학 법학과에 재학중인 스물 한 살 풋내기 작가 박준욱의 <신화 같은 사랑>(당그래·전2권)이 바로 그것.
99년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촛불> <울려라 힘찬 종이여> 등의 소설을 연재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주목받은 박준욱의 오프라인판 첫 소설 <신화 같은 사랑>은 조직폭력배 병두와 부장검사의 딸 세영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설정부터가 박신양과 전도연이 주연한 <약속>(이 영화에서 박신양은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전도연은 의사로 출연한다)을 떠오르게 하는 데다, 바뀌는 영화의 신(scene)을 연상케 하는 속도감 있는 장면전환은 이 작품을 소설보다는 영화에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신화 같은 사랑>의 톡톡 튀는 대화체 위주의 문장과 다분히 낭만적인 줄거리 설정 등은 인터넷의 주사용층인 10대와 20대의 감성을 유효적절하게 자극했고, 그런 까닭에 이 작품은 인터넷에 연재될 때부터 수만 명의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인터넷소설 속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나 사물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즐거움을 얻는 것도 분명 독서의 한 목적이 아닐까?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드는 <신화 같은 사랑>은 철학서나 시집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유쾌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출간 직후 출판사는 확대한 책의 표지를 앞뒤로 매단 사람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사이를 오가는 색다른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난과 겸허의 미덕이 읽히는 시집
- 최영철의 <그림자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