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진
이제 5개월 된 아기 아빠가 된 나는, 요즘 아기 사랑에 흠뻑 빠져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의 얘깃거리도 온통 아기에 대한 것이다. 아내의 경우엔 나보다 훨씬 더한 편이다. 아기 얼굴에 작은 땀띠만 생겨도 걱정으로 무던 애를 태운다. 그런가하면 며칠 전에는 아기 이빨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마치 신기한 거나 발견했다는 듯이 호들갑이다.
아들 녀석은 "까꿍"만 했다하면, 빵긋 빵긋 웃는 통에 "빠꿍이"라는 애칭이 자연스레 따라 붙었다. 어떤 사람은 아기란 '사랑 덩어리'이기 때문에 그 말 자체가 '애기'(愛氣)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이를 실증이나 해주려는 것처럼, 아기를 안고서 어딜 가든 어린 꼬마 아이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금방 따뜻한 웃음과 사랑을 보여준다.
심지어 길 가다가 만난 낯선 아주머니마저 우리 아기를 보고는 안아보고 싶어한 적도 있었다. "아가야"가 가득 품고 있는 사랑의 기운에 모두의 언 가슴이 녹아 내리고 저절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이 아닌가 한다.
흔히 아기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들 말한다. 그만큼 아기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지극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가정이야말로,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는 '사랑의 학교'라고 할 만 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가정을 꼬물거리는 아기와 부모간에 사랑의 교감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이규환의 책 <아가야>는 이를 위한 좋은 길잡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저자는, 성탄 전례 피정(일상을 떠나 성당, 수도원 같은 곳에서 조용히 자신을 살피며 기도하는 일)을 떠났다가 문득 <아가야>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때부터 마치 술에 취한 듯 가지고 간 스케치북 여섯 권에 원고를 써내려갔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아가야"가 썼다며 지은이 이름을 "아가야"라고 붙인 점이 이채롭다.
<아가야>는 "아빠편"과 "엄마편"으로 나뉘어 두 권이 서로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짝을 이루고 있다. 내용은 아빠와 엄마가 "아가야"와 나누는 사랑의 대화이자 아름다운 사랑의 시(詩)로 채워져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태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태교, 놀이, 편지, 인생에 대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그 다루는 주제와 품이 꽤 넓다.
입말과 시어를 잘 살려서 우리가 잃어버린 사랑의 감수성과 동심의 근원을 되찾아 주려는 시도도 돋보인다. 한참 읽어가노라면, "아기예찬"을 넘어서 아기와의 대화를 통해 사랑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맞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