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
명태균 페이스북 갈무리
- 명태균 녹취록이 정치권을 한 달 넘게 강타하고 있어요.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국민들께서 매우 혼란스럽고 피곤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저 같은 정치평론가도 매일 녹취록 듣고 행간과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피로하다고 느끼거든요.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그리고 명태균씨 비선 실세 의혹과 불법 여론조사 조작 의혹 같은 걸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봅니다."
- 이런 건 원래 정권 말기에나 나오는 거 아닌가요?
"임기 절반이 안 지났는데 이렇게 많은 의혹이 쏟아지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정권에서 체계적이지 않고 공사가 구분 안 되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벌어졌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명태균씨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선거 브로커, 정치 브로커, 혹은 '허풍쟁이'가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이 아무런 역할이 없었던 허풍쟁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브로커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많은 정치인들이 명씨에게 찾아오고 의지하고 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이 사람이 효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거잖아요.
다만 정통파 정치 컨설턴트는 아니에요.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정황도 나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정치 컨설턴트는 이런 걸 절대 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길게 봐야 하니까요. 명씨는 본인이 얘기했듯이 '그림자'잖아요. 저는 어둠의 정치 컨설턴트라고 봅니다."
- 명태균씨 녹취록에서 중요한 부분이 뭐라고 보세요?
"이게 여러 가지 곁가지가 많아요. 이를테면 지금은 김재원 최고위원하고의 설전도 있고 홍준표 시장하고의 설전도 있고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본인을 사기꾼 같다고 (친분을) 부인했을 때 '정치적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란 얘기가 했고요. (하지만) 가십거리에 너무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고 봐요. 결국 최초 시작은 공천 개입 의혹이잖아요. 이걸 검찰 수사가 됐든 특검이 됐든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게 있는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지금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온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있죠. 윤석열 후보와 관련돼서 당내 경선 그리고 본선 대선 과정에서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러 차례 공식 미공표 여론조사를 했는데, 여기에서의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에 조금 더 우리가 포커스를 맞춰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지금이 2016년 상황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비슷한 점이 있고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점이 첫 번째 소위 말하는 국정농단이나 국정 농단에 버금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그때는 최순실(최서원)씨였다면 지금은 김건희 여사가 직접 국정에 개입했고, 김 여사가 명씨에 의지했다는(의혹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때보다 더 심각하게 보는 건 각종 이권 개입이 굉장히 많아 보인다는 점이에요.
다만 그때와 정확하게 다른 게 뭐냐면 보수층에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16년에는 태블릿 PC 나오고 연설문을 최순실(최서원)씨가 작성했다는 게 밝혀졌을 때 벌떼처럼 들고일어났잖아요. 근데 지금은 집회에 나가시는 분들이라든지 이런 게 조금 제한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윤석열 지지율이 국정 수행 지지율이 아직도 20%대로 버틸 수 있는 거 아닌가 합니다."
- 지난 9월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의결이 있었는데 6표가 부족해서 부결됐죠. 그때 찬성 194표 무효와 기권이 1표였죠. 의미 있을까요? 7월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에서도 194표 나왔는데.
"결국 소위 말하는 국민의힘의 단일 대오가 아직은 깨지지 않았다는 건데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심상치 않잖아요. 결국 한동훈 대표도 김건희 여사가 약한 고리라고 보고 강력하게 대통령실에 푸시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해야 할 타이밍이 올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당론으로 '우리는 부결'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비밀 투표라고 하더라도 괜히 색출 작업에 들어가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러니 다 안전하게 던졌는데 예를 들면 '이번에는 당론 없습니다. 자유 투표합니다. 여러분의 양심에 따라서 하십시오'라고 당 대표가 얘기하고 추경호 대표는 '이번에도 막아야 됩니다'라고 혼선이 벌어졌을 때 저는 꽤 많은 의원이 이탈할 거라고 보거든요. 결국 그건 소위 말하는 윤한 독대에서 어떤 조치들이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에선 어떤 얘기가 의제로 올라갈까요?
"의제가 적절하게 합의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김건희 여사의 활동 자제 같은 걸 용산에서 의제로 받으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고요. 결국 한동훈 대표는 의제가 사전 조율 되지 않더라도 그 얘기를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거기에 가서 그 얘기도 안 할 거면 뭐 하러 독대했냐'란 비판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센 발언들을 하고 나올 것으로 보이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 보기 때문에 윤한 갈등이 파국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 갈 길을 가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오빠'는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