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보수 단체 회원들이 주한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유튜브
한편, 박근혜 정부 시절 한강 작가를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한 실무자와 최근 그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낙인찍은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의 태도 또한 '구린'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은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공직 사회 전체를 욕 먹이고 있다. 오로지 면피를 위한 그들의 '바보 행세'에 온 국민이 혀를 끌끌 찼다.
당시 당국의 조치에 부화뇌동한 이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작품의 내용을 왜곡하고 그릇된 편견을 덧씌우는 작태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이름을 처음으로 전 세계에 알린 소설 <채식주의자>가 대표적이다.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문학계가 손꼽은 최고의 작품인데도 정작 우리나라에선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 '문제작'으로만 남았다.
특히 아이들에겐 지금껏 '금서'로 취급됐다.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다는 아이는 거의 없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이구동성 읽어서는 안 될 책이라며 한마디씩 보탠다. 외설적 내용의 불륜 옹호 소설이라거나 페미니스트들이 광분하는 작품이라는 식의 악평을 늘어놓고 있다. 급기야 작가를 향해 '꼴페미'라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근 며칠 사이 그렇듯 모진 편견을 무릅쓰고 <채식주의자>를 찾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은' 작품이 어떻게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는 거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편견이 단숨에 걷히진 않겠지만, 만약 노벨문학상이 아니었다면 아이들에겐 여전히 '금서'로 남아 도서관 서가의 한구석에 처박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몇 해 전 한강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이 우선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는 국가와 사회 구조의 폭력에 천착해 온 작가가,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에두른 거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진실 앞에 자신의 작품들이 기억을 위한 도구로 쓰이기를 소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일거에 '사면 복권'되었지만, 지난 십수 년 동안 우리 사회에 깊이 팬 생채기가 완치되는 데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듯싶다. 이 와중에 한강 작가의 사생활을 들추려는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벨상의 권위를 문제 삼기 뭣하니, 작품 대신 작가의 '뒷담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유튜브에선 오래전 작가의 이혼 사실을 특종인 양 떠벌리고 주변 가족들의 신상을 까발리는 기사가 바통 넘기듯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조회 수 장사'에 매몰된 그들의 행태를 제어하지는 못할망정 열심히 퍼 나르는 한편, 추가 취재를 통해 어엿한 기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느닷없이 작가와 가족들이 조리돌림당하는 형국이다.
한술 더 떠 일부 보수단체는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 몰려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취소해달라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한강 작가가 역사를 왜곡한 소설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국회가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이 직접 국가 폭력에 대해 사과까지 한 5·18과 제주 4·3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는 만행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그들의 작태를 먼 산 불구경하듯 나 몰라라 하는 현 정부와 일부 언론은 노벨문학상을 감히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요즘 그의 작품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서로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며 다독이는 것만 같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 미셸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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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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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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