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08 12:06최종 업데이트 24.07.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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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전체 중 일부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숲'을 살펴봐야 한다. 1심 판결문을 비롯한 검찰 수사기록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의 전체에서 김 여사가 관여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가족의 영광 2부는 각종 키워드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란 퍼즐을 함께 맞춰보는 과정이다.[편집자말]

<오마이뉴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퍼즐로 재구성한다. 두 번째 퍼즐 조각명은 스노우볼이다. ⓒ 봉주영

 
스노우볼

스노우볼(Snowball). 어떤 행위가 의도와는 달리 훗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결과로 이어졌을 때 쓰이는 신조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그것은 1차 주포 이○○씨의 자필서다.


자필서 일부 내용이 세상에 최초로 알려진 것은 2020년 2월 17일. 이날 <뉴스타파>는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이 지난 2013년 내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단독보도(newstapa.org/article/L7sr0)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제기됐던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 헐값 매입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국면을 완전히 전환시킨 <뉴스타파>보도는 경찰의 내사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에 김 여사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2010. 2월 초순경 권오수 회장이 이○○에게 김○○, 양○○ 등을 소개시켜 주었고, 증권계좌를 위탁하면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제의하여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양○○가 삼성증권 계좌를 위탁하였음. 그 후 또 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김건희를 강남구 학동 사거리 근처 동인이 경영하는 미니자동차 매장 2층에서 이○○에게 소개하고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계좌 10억원으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게 하였음."

보고서는 위와 같은 내용이 '이○○ 자필서'를 근거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씨의 자필서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떻게 경찰이 확보하게 됐을까. 그 과정이 도이치모터스 1심 공판 과정에서 나온다. 

마당발
 

2013년 경찰청 내사보고서. 이 보고서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경찰은 위와 같은 판단의 근거를 '이○○ 자필서 내용'이라고 밝혔다. ⓒ 뉴스타파 제공

 
"이○○이 최초 권오수에게 받은 100만주 받아 줄 자금이 필요해 제보자 정○○을 찾아가게 되었고..." (경찰 내사보고서)

경찰이 제보자로 명명한 이는 정○○씨였다. 당시 경찰은 보고서에 정씨가 1차 주포 이씨에게 거액을 빌려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기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정씨가 이씨에게 돈을 지원했다가 회수하기 어렵게 되자 권 회장에게 돈을 받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자필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는 2022년 4월 22일 공판, 1차 주포 이씨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검찰 : "증인(이○○)이 그 자필 진술서 갖고 권오수에게 협박 아닌 협박이라고 할까. 그런 걸 하면서 손해 본 거를 책임지게 하려고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맞나?"

이○○ : "그 손실에 대해 정○○씨한테 상의를 한 거고, 그러려면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자필로 쓴 거다."

권 회장에 대한 일종의 압박 목적으로 자필서가 만들어졌다는 증언이다. 공판 과정에서 정씨는 자신이 이씨에게 자필서를 먼저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자필서가 권 회장을 상대로 사용됐다는 검찰 판단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씨는 2022년 10월 17일 공판에서 "이○○이 사무실로 오면서 그 서류(자필서- 기자주)를 들고 왔다. 그 자리에서 권오수한테 돈을 받아야 하는데 굉장히 억울하다며 법률적인 방법이 있냐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법률적인 조언을 구했다는 증언에 검찰은 1차 주포 이씨가 정씨를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정씨는 자신을 주위사람들이 "법조계 마당발"로 여긴다고 표현했다. 이어진 권오수 회장 측 변호인 신문 과정, 의외의 이름이 나온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다. 

권오수 변호인 : "증인이 법조계에 발이 넓어서 부탁했다는데 어떤가."

정○○ : "사무실에 오는 김만배 기자부터 당시 검사 친구나 변호사 친구가 많았다."


정씨는 김씨가 자신을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 권우성

 
권오수 변호인 : "2011년 5월경 김만배에게 이○○ 건을 부탁한 건 사실인가?"

정○○ : "김만배가 사무실에 놀러왔는데 던져놓은 서류(이씨의 자필서- 기자주)를 보고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하고 끝이었다."


정씨는 이씨의 자필서가 자신의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또한 김만배씨에게도 "구체적으로 부탁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듭 이렇게 설명했다.

정○○ : "김만배가 놀러와서 처음에 방에서 밥 먹고 한참 놀았다. 그러다 서류가 보였던 모양이다. 보더니 '내가 가져가서 알아봐도 돼?' 해서 그러라고 한 거다."

그 후, 당시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던 김만배씨가 권오수 회장과 만났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검찰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권오수를 찾아간 건 김만배고"(2022년 9월 16일 공판), "이○○진술서 받아서 김만배를 통해 권오수에게 돈 요구하던 찰나였는데"(2022년 10월 17일 공판) 등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만배씨는 구체적인 주가 조작 정황이 담겨 있는 이씨의 자필서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첫 번째 기회가 날아간 셈이다.

경찰이 이씨의 자필서를 확보한 것은 그로부터 약 2년 가까이 흐른 뒤였다. 공판 과정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정씨를 만난 시점은 2013년 4월 20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다른 사건으로 자신의 사무실이 압수수색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이씨의 자필서 등을 가져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씨의 자필서 등을 토대로 내사에 착수했지만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경찰의 관련 자료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2년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공식적으로 접수된 공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조기에 제대로 이뤄질 기회 또한 사라졌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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