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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폐지이유 셋-(0)
  나나 2003.05.24 17:22 조회 37 찬성 3 반대 4

펌이예요..끝까지 잘 읽어보세요..

앞에 말한 어떤 젊은이처럼 부모 양계혈통을 모두 인정하면, 부계혈통을 고집하지 않으면 내 뿌리는 사라져 버리고 내 정체성은 흔들리게 되는 것일까? 내 정체성이라는 것은 흔히 '뿌리'라고 일컬어져 온,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앎으로 해서 비로소 생기는 것일까?

우리는 앞에서 한 줄기의 혈통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가문, 그것을 기록하는 족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끊임없이 섞여드는 모계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패륜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혹은 우리 모두 맹구처럼 복잡한 계산(2의 n제곱)을 거부하는 바보임을 고백하지 않고서는 인정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조상이 정체가 확실한 한 사람이라고 믿음으로써 생겼다는 정체성이 무수한 조상의 등장으로 흔들린다는 '그 남자'의 불안은 어찌할 것인가?

무식하면 용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2의 n제곱에 해당하는 무수한 조상의 유전자는 조금씩 조금씩 나뉘어져 모두 내 몸 속에 녹아들어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조상이 내 뿌리가 아니라 내가 바로 무수한 조상들의 뿌리인 것이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조상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정체성은 한 사람의 조상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김으로서 비로소 생기게 되는 것이다.

조선 말 혼란기를 틈타 명문세도가의 가문으로 편입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성씨를 바꾸고 새로이 만들었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신분계급을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일제 식민강점시대에 영의정, 좌의정을 시조, 중시조로 하는 '족보 만들기 사업'이 가장 번창했다는 사실은 그간 우리가 '뿌리'라고 믿었던, 우리에게 '정체성'을 준다고 믿어왔던 우리의 정보가 대부분 가짜임을 뜻한다. 권력을 독점하고 세습하던 무리에게서 혁명을 통해 권력을 쟁취해 공유하지 못했던 우리의 슬픈 역사 속에서, 권력 잡은 자에 편입되어 동화되고 싶어했던 우리 선조의 비굴한 허위의식은 지금의 부계혈통 가부장제 문화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 남자'가 영의정의 자손이었다고 그를 우러러보는 당신이라면,'그 남자'의 조상이 종놈이었다고 해서 그를 무시하는 당신이라면, 그대는 21세기를 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과거의 조상에게서 당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면 그대는 바부탱이다.

그렇다면 이 뿌리깊은 부계혈통에 대한 강박감은 어떻게 깰 수 있을까?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무지는 어떻게 깰 수 있을까? 부계성씨의 허구를 어떻게 하면 드러낼 수 있을까? 그렇다. 성씨가 혈통을 드러내는 코드라고 믿어왔던 우리의 무지를 깨야 한다. 종국에는 민법 781조의 부계성씨사용강제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그러자면 법의 개정에 앞서 필연적으로 의식의 변화를 추동해 내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위한 대단히 위력적인 운동으로 부모성함께쓰기운동이 시작되었다.

부모성함께쓰기는 1997년 3. 8 여성대회 때 이이효재님을 비롯한 170인의 이름으로 선언되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을 뒤엎고 지금까지 꾸준한 호응을 얻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작부터 마쵸(남성우월주의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하였으니 성균관대학의 유만근 교수는 신문지면을 통해, 결혼 후 성을 바꾸지 않는 한국의 여성들은 세계적 특전을 누리고 있는 것이니 황보지, 신음, 강간, 설사...등의 이상한 성씨를 만들어내는 등의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자중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부모의 성을 다 따르면 후대에 내려갈수록 성씨가 길어져 부르다가 숨이 넘어갈 것이라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 서양의 여자들은 결혼 후 모두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나? 따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60년대 말 이후 최근까지 서구 여성들은 꾸준히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완벽한 평등을 이루었으나 이제 그녀들은 눈에 걸리지 않는 섬세한 차별(유리천정이라고 표현되는, 볼 수는 있지만 갈 수는 없도록 하는 장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결혼 후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 것은 법에 의한 강제규정이 아니었으므로 본래의 성을 유지할 수도, 남편의 성으로 바꿀 수도, 전 남편의 성을 유지할 수도, 부부가 아예 새로운 성으로 바꾼 가족 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캐나다와 같이 정부가 성 바꾸지 말기를 적극 권장하는 나라들도 있으며 더욱이 북유럽의 경우, 사실혼이나 사실혼 이후 법률혼의 관계를 맺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마의 성을 자녀에게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성씨의 사용에 융통성이 생기면 '남자는 씨'와 같은 무식한 신화 따위는 발붙일 수 없으며 이러한 곳에서는 남아선호나 여아낙태와 같은 기괴한 현상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부모성을 함께 쓰는 경우, 부계의 부계 성과 모계의 모계 성을 따오면 성씨는 두 글자 이상을 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이** 와 고은**씨가 아이를 낳으면 부계의 부계인 '정', 모계의 모계인 '은'을 따서 정은**이라고 지으면 된다. 모계의 모계성인 '은'씨도 역시 아버지의 성이 아닌가고 또 다른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아버지의 성은 어디에서 왔는가 역시 생각해 볼 일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시절엔가, 어느 누구에 의해서인가 모두 만들어진 것이 아니던가. 성씨라는 기호는 애당초 대단한 신화 속에 탄생한 신성불가침의 그 무엇이 아니다. 극히 소수의 왕족이 중국의 풍습에 따라 성을 쓰기 시작하고 점차 외연을 넓혀온 성씨 사용관습은 갑오경장 이후, 일제식민강점 이후에야 100%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보면 고작해야 100년밖에 되지 않은 문화일 뿐이다.

그러니 그 알량한 성씨를 대물림하자고 본처와 자식을 내팽개치고 혼외자식을 얻고그 자식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호주승계 1순위에 올려놓는 법을 두고 미풍양속이며 위대한 민족의 유산이라고 호들갑을 떨지 말 일이다. (법이 법률혼 보다 '고추 수호'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한국적' 코미디이다.) 그 알량한 성씨를 대물림하자고 뱃속의 아이를 감별해서 골라 죽이는 야만적인 행위들도 그만 둘 일이다. 그 알량한 성씨를 대물림하지 못한다고 하여 딸은 종중재산의 분배에서 제외시키며, 딸의 자식들은 장학금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궁리를 짜내는 치졸한 짓거리들도 그만 둘 일이다. 딸이어서 안되는 것이 아니라 딸은 안된다고 당신들이 규정한 알량한 규칙들 때문에 여성들은 친정이나 시집에서 이등인간으로 취급되어왔다. 얼마나 더 이러한 맹구식 구구단에서 허부적거리고 있을 것인가.

부모성함께쓰기운동의 목표는 부모성함께쓰기를 법에 강제조항으로 정해놓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부계성씨사용강제규정(민법 781조)이 생물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부당하므로 그 조항을 폐지시키는 것이 이 운동의 목표이다. 실제로 부계성씨사용을 강제하는 나라는 지구촌에 얼마 남아있지 않다. 부계혈통제는 앞서가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제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제도이다. 세상에 어떻게 모계를, 여성을 철저히 부정하고 무시하는 신분등기제로 국민화합을 도모하고 민주사회를 일궈낼 수 있단 말인가. 꿈도 야무져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부계혈통제를 고수하는 국가들을 '문제있다'고 판단한다. UN의 여성지위위원회에서 마련한 <모든 여성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CEDAW> 제 16조 '사'항은 여성의 성도 가족의 성으로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줄 것을 비준 당사국들에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 조항만을 비준 유보하고 있고 유엔은 비준의 유보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부계혈통제의 '위험'을 이미 국제사회는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부계성씨사용강제조항의 폐지는 호주제 폐지 이후에 이어질 것이지만 '우리 것'에 미칠 정도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애국지사(?)'들은 아직도 '우리 것'을 수호하고자 하는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호폐운동이나 부계성씨사용강제폐지운동을 '자연을 파괴하고자 하는 역성혁명의 소수 게릴라들의 돼먹지 않은 시도'쯤으로 몰아 부치기도 한다. 그들은 진정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자들일까? 엇? 그런데 어째서 그들의 주장과 일본 마쵸들의 주장은 붕어빵처럼 닮았단 말인가? 기대하시라. 호주제, 왜 난리인가? 5탄 -일본 애국지사와 한국의 유림 할아버지, 젊은 마쵸오빠들은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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