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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리포터에서, 문성기자의 좋은 글을 퍼왔습니다(0)
  음냐 2002.03.22 16:16 조회 0 찬성 0 반대 0
이인제 고문에게 드리는 글

요즘 노풍 때문에 마음고생이 크시죠?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이 고문님의 근황은 언론을 통해서 잘 듣고 있습니다. 믿었던 대세론이 광주경선을 기점으로 힘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타격이 크실 줄 압니다. 더구나 경쟁상대인 노무현 고문의 인기가 날이 갈 수록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으니 얼마나 초조하시겠습니까? 마음으로부터 심심한 위로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이 고문님, 아무리 초조하기로서니 해서는 안될 말씀을 너무나 남발하신 듯 합니다. 요즘 신문을 보니 연일 노 고문을 공격하느라 여념이 없으시더군요. 경선을 치르다 보면 때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도 선거전략상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서로 지켜야 할 경계를 넘어서는 안될 것이고, 최소한 자기 얼굴에 침뱉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고문님의 언론특보인 김윤수씨가 그랬다지요? 아무개 교수가 전했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노무현 바람은 부르주아에 대항하는 프롤레타리아혁명 같다"고요. 또 노 후보를 가리켜서 "서민의 탈을 쓴 귀족"이라며 공격하기도 했다더군요. 나는 여기서 이 고문님의 측근이 민주당 내에서 금기처럼 여겨지는 색깔론을 원용하신 것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어차피 그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 아닙니까? 게다가 민주당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민주당의 정신을 공유하는 건 아닐테니까요. 다만 김 특보의 논리모순만은 반드시 짚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노 고문을 가리켜 동시에 '프롤레타리아' 또는 '서민의 탈을 쓴 귀족'이라 칭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너무 무시한 발언 아닙니까? 언제부터 '프롤레타리아'가 '귀족'과 동급이 되었답니까?


서로 도저히 상통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고 노 고문을 향해서 그 두 가지 다 해당된다고 하니 듣는 이들이 헷갈릴 밖에요. 상식적으로, 이렇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노 고문은 프롤레타리아 빨갱이냐? 아니면 부르조아냐? 정체를 분명히 밝혀랏~!" 그러면 듣는 이들도 이해가 빠를테지요. 그런데 "노 고문은 프롤레타리아 빨갱이면서 동시에 부르조아다" 하고 공격하니 "이게 뭡니까?"(김동길 버전)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고문님은 강원도 경선을 앞두고 벌어진 TV 토론에서도 노 고문의 재산과 과거의 이력을 문제삼으면서 "노 고문이 돈도 많고, 더구나 요트도 즐겼으며, 생수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며 그의 서민적 이미지를 흠집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신 것으로 압니다. 좋습니다. 상대를 깍아내려야 내가 올라가는 선거판이니 그것도 가능하다 칩시다.


그런데 노 고문을 향해서 그렇게 공격할 냥이면 빌어먹을 색깔론은 삼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논리적으로 합당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된 게 한 입으로 '노 고문은 돈 많은 재산가'라 욕하면서 또 다른 입으론 그를 가리켜 '프롤레타리아 빨갱이'라 욕하십니까? 세상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렇지 '돈 많은 자산가 프롤레타리아'가 어디 있습니까? 마르크스가 들으면 지하에서 배꼽 쥐고 뒹굴겠습니다.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뒷말로 앞말을 까는 이러한 묘기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비전의 테크닉인데, 이 고문님도 이 수법을 터득하신 것입니까? 조선일보 기자 출신 김 특보를 늘 옆에 달고 다니시더니 이 고문님 자신도 모르게 절로 감염되신 것입니까? 엎드려 간청합니다. 속히 제 정신을 차리십시오. 이제라도 이성을 회복하십시오. 그리하여 논리가 바람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내친 김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죠. 이 고문님은 춘천토론회에서 노 고문의 언론관을 공격하여 가로되,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들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더군요.제 기억이 맞습니까? 저는 그 말을 듣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공포의 분서갱유가 여기서 나오다니요. 분서갱유가 무엇입니까? 자기 맘에 안든다고 책을 불태우고 선비들을 파묻은 것 아닙니까?


그런데 노 고문이 조선일보와 싸운 것이 분서갱유와 다를 바 없는 일이라구요? 조선일보 기자 출신 언론특보를 옆에 달고 다니시더니 조선일보를 보는 시각마저 달라지신 것입니까? 뭐, 좋습니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선 그것도 가능하다 합시다. 그런데 이 고문님, 이건 기억나십니까? 15대 대통령 선거 직후, 이 고문님을 지지하는 국민신당 사람들이 조선일보사 앞으로 몰려와 왜곡보도를 했다며 조선일보를 불태운 사건 말입니다. 그때의 자료를 올려 드리지요.


"국민신당측은 다중의 위협과 물리적 폭력으로 조선일보를 봉쇄하며 간부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신문을 불태우고 인쇄를 포기하게 하며 발송을 물리적으로 막아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이는 중대한 언론침해일 뿐 아니라 민주사회의 문제해결방식 자체를 뒤집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국민신당이 스스로 민주사회 건설의 역군임을 온 국민앞에 천명한 정치집단이기에, 또 이인제 후보가 세대교체를 내세우며 새로운 정치질서의 창출을 공언한 사람이기에 이들의 폭력과 폭거는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다...."([조선 사설] 국민신당 무슨 집단인가?, 1997.12.17)


조선일보 사설을 보니 국민신당측 사람들이 온갖 위협과 폭력을 행사하여 조선일보를 봉쇄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문을 불에 태우기까지 했군요. 이 고문님, 이런 일은 무엇이라 말해야 합니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야말로 분서갱유의 가장 직접적인 사례가 아닐런지요? 어쩌면 이 고문님은 이렇게 변명하실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조선일보에서 너무나 심한 왜곡.편파보도를 자행해서 지지자들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구요.


나는 이 고문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왜곡과 편파를 밥 먹듯이 하는 조선일보의 습관과 전통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조선일보는 정말 못된 신문입니다. 불태우고 싶을 만큼 나쁜 신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고문도 '전쟁불사'라는 극언까지 내뱉으신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비유적 표현이기 하지만....


조선일보에게 그렇게 당한 경험이 있는 이 고문님이라면 노 고문을 공격하기보다 오히려 이해하고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논리적으로 올바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조선일보를 위해 그렇게 핏대를 올리시는 것입니까? 나는 그것이 정말 이상합니다. 조선일보가 15대 대선 이후에 갑자기 천지개벽을 해서 개과천선하고 착한 신문으로 둔갑하기라도 한 것입니까?


제발 착각하지 마십시오. 조선일보는 이 고문님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가 응원하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위해 이 고문님을 잠시 밀어주는 척 할 뿐, 결코 진심으로 위하는 게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이 고문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다시 자료를 보여 드리지요. 지난 해 언론사 세무조사의 와중에서 이 고문님이 민주당 대표연설을 하신 일이 있으시지요? 그때 쓴 사설입니다.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국회 대표연설 가운데 최근의 「권력·언론」 관계에 대한 언급은 그의 천박한 언론관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언론탄압 논쟁을 퇴행적이라니 그가 나라의 중책을 맡았다가는 언론자유는 말살되고 말 것이다.... 그는 또「언론자유가 언론사 경영의 불투명성을 호도하는 데 오용되는 것」을 배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언론을 범죄시하고 파렴치하게 보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정치인은 차세대 국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조선 사설] 이인제씨의 ‘퇴행적’ 언론관, 2001.04.04)


이 고문님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선이 본디 그러합니다. 그런데도 왜 그걸 깨닫지 못하십니까? 조선일보 같은 '더티한' 신문에게 왜 당당하지 못하고 저자세로만 나가려 하십니까? 그러면 조선일보가 예뻐할 것 같습니까? 조선일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저자세'입니다. 남한의 김대중 정부가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게 저자세로 긴다고 호통치는 것도 못보셨습니까?


조선일보의 모토 자체가 '할 말은 하는 신문'입니다. '목에 칼이 들어 와도 할 말은 한다'고 광고하는 조선일보입니다. 제발이지 이제라도 조선일보를 본받아 할 말은 하고 사십시오. 노무현 고문을 보십시오. 저렇게 인기폭발하는 까닭이 뭔지 아십니까? 조선일보를 향해서 할 말은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치르면서도 언론에 아부하거나 눈치보지 않고 저리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기 때문입니다. 저 배짱, 저 기개를 국민들은 사랑하는 겁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군요.


이인제 고문님에게 고언합니다. 무릇 한 나라를 경영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말이 조리가 있고 앞뒤가 반듯해야 하는 겁니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해서는 곤란하지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박하고 무지한 이를 국민들이 어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어느 때에라도 비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말할 수 있는 힘있는 지도자라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을 리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고문님이 노 고문보다 학벌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으면서 지지도에서 두 배 이상 크게 뒤쳐지는 까닭이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바로 이 고문님의 행동에 일관성이 없고, 상황에 따라서 자주 말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정직하고 올곧은 지도자를 찾고 있습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한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고문의 인기의 비결이 다름 아닙니다. 그의 별명이 '바보'라는 것, 바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도리는 제법 깨우쳤다 자부합니다. 공자께서 '三人行이면 必有師라' 하셨다지요? 들을 귀가 있으면 누구에게든지 들을 만한 게 있는 법입니다. 부디 어리석은 민초의 말일지언정 흘려듣지 마시기를,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정말 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시기를, 그리고 자기를 비워 천하를 얻는다는 경구를 되새겨 보시기를 재삼재사 앙망.갈망하며 이로써 글을 갈음합니다.


하니리포터 문성(한별) 기자 / aem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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