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4

"지금은 손실 보고도 세금 내, 그런 일 막으려고 금투세 설계"

[금투세, 해? 말아?]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금투세 보완 후 예정대로 시행해야"

24.08.19 18:09최종 업데이트 24.08.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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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만반의 준비를 해야죠. 조사 하나 실수하면 안 되니까요."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조국혁신당 조세개혁티에프(TF) 단장 차규근 의원에게는 진중함이 읽혔다. 기자가 사전에 건넸던 질문지에는 이미 답변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그의 앞에는 책 한 권 분량의 자료가 놓여 있었다. 모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무게를 두고 있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논거들이라고 했다.

실제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는 답변을 할 때마다 파일에서 '논거'를 하나씩 꺼내들었다. 금투세 시행을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공분이 그에게도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는 듯했다. 차 의원은 "어떠한 논리로도 설득이 안 되는 정서적인 부분이 있는 걸 안다. 투자자들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투세는 보완 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정치인들은 대중의 분노에 약하다. 그런데도 차 의원이 '금투세 시행'에 무게를 두는 이유가 있다. 차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모두 새로운 세금에 대한 거부감과 미비점만 부각하고 있을 뿐,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세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애당초 금투세는 왜 도입하려 했던 것일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정의의 원칙' 때문이다. 얼핏 보면 그동안 없다시피 했던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그런데 금투세 도입의 역사를 살펴보면,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였다는 게 차 의원의 말이다. 국내 주식·펀드·파생상품 등의 과세 체계가 모두 달라 투자 손실과 이익을 모두 합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손익통산'이 안 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금투세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차 의원은 "현재는 투자자가 (전체적으로는) 손실을 보고 있는데도 (일부 이익이 난 투자에는) 세금을 내고 있어 이들에 세금을 매기지 않기 위해" 금투세가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도입으로 우려하고 있는 '큰손들의 증시 이탈에 따른 주가 폭락'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거를 근거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금투세의 '원천 징수' 방식, 소득공제 배제 등 일부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완의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차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2019년엔 추경호 원내대표도 '거래세양도세' 전환 주장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먼저 금투세에 대한 차 의원의 주장이 궁금하다. 2025년부터 금투세 시행 vs. 유예 vs. 폐지 중에 어느 쪽 무게를 두고 있나?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보완한 뒤에 9월 중에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투세 시행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도 9월 중 금투세 관련 논의를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왜 9월인가?

"10월이 넘어가면 국정 감사와 세법 개정안 등 여러가지가 논의돼 금투세에만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현재 금투세가 시장에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 제도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조세정의의 원칙에 맞지 않는 게 사실인 데다 금투세는 과거 한때 여야 할 것 없이 중지를 모았던 제도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았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5월 YTN과 한 인터뷰에서 '금투세는 가야 할 길'이라고 언급했다. 언젠가 또 도입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혼란을 겪을 것이다."

- 금투세를 시행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는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이익과 손실을 합계했을 때 돈을 벌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세금을 내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은 상품별 과세가 이뤄져 A펀드에서 3000만 원 이득을 보고, B펀드에서 5000만 원 손실이 났어도 3000만 원 수익을 본 부분에 대해 과세가 된다. 하지만 금투세는 '인별' 과세다. 투자자 한 사람의 전체 손익을 통산해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금투세 시행시) 앞선 사례로 보면 2000만 원을 손해 보고 있기 때문에 당장 세금 부과가 되지 않고, 이월공제를 통해 5년간 세금을 통산한다."

-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세금 내는 투자자를 위해 금투세가 설계됐다는 말로 들린다.

"맞다. 지난 20대 국회 때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출신인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투세 법안을 발의했을 당시 일화가 있다. 최 전 의원이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여의도에 증권거래소가 있는데 한 번도 민주당 대표가 방문한 적이 없다'고 설득해 그때 (이 전 대표가) 방문을 했다고 한다. 그때 이 전 대표를 만난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문제가 있는 제도가 있다'며 소득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세금을 매긴다고 지적했다. 그때부터 민주당 주도로 금투세가 추진됐다."

- 과거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금투세 관련법(소득세법 개정안·증권거래세법 폐지법)을 대표 발의 했다고 들었다.

"지난 2019년이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추 의원이 2019년 11월 소위원회에서 한 발언 내용을 보면 '선진국에서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나라도 많지 않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리도 거래세를 양도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 현재 추 의원의 생각은 '금투세 폐지'로 바뀐 듯하다.

"정치인이 자기 생각이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달라졌다면 합당한 이유는 제시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당시 법안에는 김도읍, 박덕흠, 주호영 등 국민의힘 중진들도 이름을 올렸다. 금투세를 시행하자는 여야의 공감대가 모두 형성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본공제액도 크게 올랐다. 당초 정부는 기본공제 금액을 250만 원으로 설정했다. 그러다 추 의원의 2019년 법안에 따라 1000만 원이 논의됐고 지난 2020년 6월 정부 발표에서 2000만 원까지 확대됐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한 달 뒤인 7월 22일에 기본 공제가 5000만 원으로 올랐다."

- 이와 함께 증권거래세도 줄어들었다.

"맞다. 원래 금투세 시행 시점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거래세율을 2020년 0.25%에서 2023년 0.15%까지 낮추기로 했다. 그런데 금투세가 시행되지도 않았는데도 지난 2022년 0.23%이었던 거래세율을 2023년부로 0.2%로 낮췄다. 올해는 0.18%이고, 내년엔 0.15%로 더 낮아진다.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 금투세를 폐지하려 한다면, 낮아진 거래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올릴 것인가?"

"금투세 시행하면 주가 폭락? 가능성 작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다시 금투세 도입 취지로 돌아가보자. 주식· 펀드 등 투자처별로 다른 세제를 통일하는 의도도 있다고 들었다.

"맞다. 실질은 같은데 매겨지는 세금 체계가 다른 경우가 있어 투자자에게 혼돈을 줬다. 예를 들어 현재 회사형 펀드는 배당 소득으로, 주식형 펀드는 양도 소득으로 매겨진다. 그러다 보면 투자 왜곡이 일어난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을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8개 상장기업의 주가 폭락 사태도 각기 다른 세율 문제에서 불거졌다는 분석도 있다."

- 왜 그런가?

"차익결제거래(CFD) 등 파생상품에 매겨지는 세율은 10%다. 그런데 현행법상 주식 시장에서 대주주 기준에 해당하면 20%대 양도세를 내야 하지 않나. '큰손' 투자자들로서는 파생상품 투자쪽이 오히려 세금을 덜 내는 셈이다. 절세를 위해 CFD 투자로 뛰어들었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 금투세 도입을 통해 투자처 간 손익 통산이 이뤄지면 이런 왜곡이 줄어드는 데다, 투자자는 오히려 '안전벨트'를 매고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포트폴리오를 더 공격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내 말이 아니라, 지난 2020년 7월 금투세 공청회에 참석한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이 한 말이다. 이처럼 현행 세제의 허점,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도 그 점은 주목하지 않고 정치권에서 금투세 시행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부각하고 불안을 조장하는 점이 아쉽다. 나는 큰손들이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시장을 떠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

- 개미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에 따른 큰손의 이탈, 이로 인한 주가 폭락을 걱정하고 있다.

"혹여나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세제가 결정적인 변수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두 개의 근거 자료를 들고 싶다. 먼저는 앞서 언급한, 추 의원이 과거 요청한 '주식시장 과세제도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또 다른 하나는 일본 니코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보고서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일본에서는 주식 양도소득세 세율이 10%에서 20%로 상향조정됐다. 당시 일본에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니코 자산운용사는 과거 사례를 들어 ' 세제개편보다 그 시점의 경기동향이나 기업 실적의 호불호 등 시장환경의 영향이 더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 영향에 대한 실증분석을 수행한 결과, 양도소득세 과세는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량 및 거래금액에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의 장기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수(종가)는 일정 수준 하락하는 것으로 보이며 변동성은 일정부분 감소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으나 대체로 결과가 유의하지 않다. - 2020년 6월 기재부 연구용역보고서 '주식시장 과세제도 방안'

과거를 돌이켜보면 세제 변경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89년 4월에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원칙 비과세에서 과세화되어 신고분리과세(양도차익의 26% 과세) 또는 원천분리과세(매각약정대금의 1.05% 과세)의 선택 방식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닛케이 평균 주가는 그해 연말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2013년 11월 15일 니코자산운용 '과거 세제개편시의 일본 주식시장은?(過去の税制改正時の日本の株式市場は?)

- 세제보다 주식시장 '기초체력'이 탄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액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주가조작, 물적분할 등 사건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게 사실이다.

"금투세 도입과 금융시장 선진화는 병행해야 할 문제다. 실제로 나도 민주당 오기형 의원과 함께 지난 9일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상장회사가 분할하거나 계열회사에 준하는 회사와 합병할 때 각각 3%를 초과하는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연히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과 발을 맞추고 있다. 여당에서도 근거 없는 불안감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불안을 조장하지 말고, 오히려 기업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데 동참했으면 좋겠다."

"금투세 시행 전 보완 필요.. 농특세, 주식 아닌 다른 세제에서 커버해야"

- 금투세 도입이 오히려 '단타(단기 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처럼 장기보유 세제 혜택이 없는 상태에서 초과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장기보유 세제 혜택은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다. 물론 장기 투자에 혜택을 주게 되면 '동결 효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

- 세금 원천 징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증권사에서 반기에 한 번씩 먼저 세금을 떼어간 뒤 투자자들이 추후 확정신고를 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는 구조가 된다. 그러다 보니 자본금이 줄어 복리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강민수 국세청장에게도 질의를 했다. 원천 징수 부분은 복리 투자 기회를 제한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확정 신고 방식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국세청장이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병행도 가능하다고도 했다."

- 거래세를 아무리 내려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0.15%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 농어촌특별세(농특세)가 걷히고 있어서다. 결국 거래세와 양도세가 동시 부과돼 이중과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 취지는 알고 있지만 나 역시 주식 시장에 더 이상은 농특세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서 농민들이 입을 피해를 감안해 코스피 거래세 속에 농특세를 집어넣은 건데, 이제는 다른 세제에서 커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부양가족이 연간 100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벌기만 해도 부양가족 1인당 150만 원을 근로자 과세표준 소득에서 공제해 주는 '부양가족 소득공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도 비판 지점이다. 보완할 방법이 있을까?

"그건 정치적인 판단의 영역 아래 있다고 본다. 금투세의 연착륙, 초기의 안정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여야가 협의할 수 있다."

- 모든 걸 떠나, 국회 제1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작 유예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아직 꾸려지지 않은 만큼, 그 이후 방침이 정리될 걸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조국혁신당대로 (금투세에 대한) 방침을 정할 수밖에 없다."

- 그렇다고 해도 금투세를 둘러싼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게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고점에서 투자했다거나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분들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우려가 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계속 폐지나 유예 논쟁이 지속된다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게 된다.

또 이미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법을 폐지한다고 하면 나중에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가 다른 정책 사안에 조치를 한다고 했을 때 국제 사회에서는 '저것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게 중장기적으로 우리 증시에 미칠 부작용을 투자자분들도 냉정하게 살펴봐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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