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원전과 기후재앙,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

[소셜 코리아] 재생에너지 늘려야 하지만 화석연료·원전 동시 대체 어려워

24.10.17 11:54최종 업데이트 24.10.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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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 핵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최강국'을 외치고 있습니다. 반면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높입니다. 모두 탈탄소화라는 시대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올바른 에너지 정책은 무엇일까요? 소셜코리아는 핵발전(원전)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을 넘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자 사뭇 다른 입장을 가진 글 2개를 함께 게재합니다.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함께 볼 기사 : 분위기 파악 못하는 윤 정부... '원전 최강국' 정책의 허점들(https://omn.kr/2ak4a)]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 김보성


발전산업 탈탄소화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쟁점은 원자력발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국제적으로 원전 퇴출 여론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퇴출에 대한 논의를 한참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영구 폐쇄하기로 했지만 신고리5·6호기는 공론화위원회 권고대로 건설을 지속해 2020년 완공했다.

현재 울산 울주군에 건설하고 있는 새울3·4호기도 완공단계에 이르러 3호기는 시범운전 중이고, 4호기도 공정률이 90%를 넘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완공 예정이다.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무탄소 전원 비율은 52.9%로서 원전 31.8%, 신재생 21.6%, 수소-암모니아 2.4%, 기타 1.7%로 구성된다. 이 기본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면 2038년에는 원전 35.6%, 신재생 32.9%로, 수소-암모니아발전이 5.5%, 기타 4.6%를 차지하며 무탄소 전원 비율은 70.2%가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기저 전력으로서 원전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 내에서 녹색운동, 환경운동을 비롯한 진보 진영 전체가 요구한 탈원전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원전을 새로운 에너지 체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삼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전 세계에 걸쳐 발전산업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분야는 재생에너지이다. '표 1'과 '표 2'는 2022~2026년의 발전원별 발전량 전망과 재생에너지 분야별 신규 투자를 보여준다. 2023~2026년 신규 발전량 증가분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표 1] 기간별 글로벌 발전 증감 추이 ⓒ IEA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 투자는 태양광(Solar PV)과 육상풍력발전(On Shore)이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풍력발전은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이 있는데 향후 해상풍력도 크게 증가할 예정이다. 원전발전량의 규모는 재생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크다 할 수 없지만 탈탄소 전원으로 재생에너지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표 2] 글로벌 재생에너지 분야별 투자 ⓒ IEA


"탈탄소 전환에서 원전이 중요한 수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탈탄소 전환에서 원전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발전원 분류로서 친환경 클린에너지에 원전을 포함하고 있다. 발전산업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이지만 원전도 탈탄소 발전원의 핵심 구성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럼에도 전 지구적 차원에서 원전의 발전 비중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은 원전을 활용하는 국가(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프랑스)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전 건설 기간이 매우 길며, 국가에 따라서는 다른 발전원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경우도 있다. 주요국 외 다른 일부 국가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작고, 기술 부재 등으로 큰 진척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한국과 일본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다른 발전원에 비해 매우 높다. ⓒ 셔터스톡


원전이 가장 저렴한 발전원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다. 발전원의 원가계산에서 널리 쓰는 것은 균등화발전단가(LCOE)다. 균등화발전단가는 발전원의 전 주기 비용을 의미한다. 이에는 발전시설 건설비용, 자본비용(금융을 동원하기 위한 이자 비용), 설비투자, 운영비용, 투입연료비용, 탄소배출에 따른 지불 비용, 열량단가 등이 포함된다.

균등화발전단가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나타낸다. 그 이유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특성(토지, 화석연료 보유 등), 제도와 규범(각종 규제와 정책 등), 기술적 역량, 관련 산업 생태계 존재 유무 등 다양하다. 그러므로 글로벌 차원에서 일반적인 균등화발전단가 비교는 의미 없으며 각 국가 내에서 발전원별 균당화발전단가를 비교하는 게 맞다.

프랑스와 중국의 경우 풍력과 중규모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낮다.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높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보다 탈탄소 전원의 가격 경쟁력이 더 크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원자력발전 단가가 가장 낮고 그다음이 화석연료발전이다.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의 발전 비용은 매우 높다.

그러나 원전이 주요 발전원을 구성하는 이들 4국가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원전의 발전원가가 다른 발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와 비교해서도 그렇고 재생에너지와 비교해서도 그렇다.

한국과 일본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다른 발전원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두 국가 모두 원전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는 점이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의 균등화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주요 원전 국가인 미국도 재생에너지의 발전원가가 원전보다도 낮거나 큰 차이가 없다. 미국, 중국, 프랑스는 넓은 영토를 지녔기 때문에 태양광을 대규모 보급하는 데 여러 이점이 있다. 육상풍력이든 태양광이든 주민 수용성이 높고 토지 가격이 낮아야 경제성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원전이나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그런 만큼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개선이 크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설계 연한이 종결된 원전 폐쇄를 두고도 많은 논쟁이 있었다. 고리1호기, 월성 1호기는 영구폐쇄했지만 현재 운영중인 원전의 경우 설계 연한을 연장하여 가동할 경우 위험성의 문제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

원전은 용지 확보, 설계, 시공 등 건설 과정에 투입되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가동연한이 길어질수록 균등화발전단가는 크게 감소한다. 더불어 원전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위험에 대한 정밀 진단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설계 연한이 다했다 할지라도 운행 연장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국제원자력기구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원전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이와 같은 안전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매우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나타났을 때 시민들이 직면하게 될 위험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완전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설계 연한을 넘어서는 운행 기간 연장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위험 '지구온난화'

지난 7월 12일 전남 영광스포티움 앞에서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한빛원전 1·2호기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위험은 그 어떤 위험보다 더 근본적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가 2℃를 넘어서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위험이 일상화된다. 프랑스는 주요 발전원에 석탄 발전은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다. 원전을 핵심 전력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조차 석탄 발전과 가스 발전을 여전히 확대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투자를 압도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연합 국가 전체와 미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합산한 것보다 더 많은 자본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느리게 진행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원전의 영구 폐쇄를 결정하는 상황에서도 석탄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고(문재인 정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던 시점에 태양광발전을 위한 금융 완화에 제동을 걸고 있었다(윤석열 정부). 원전 억제냐 태양광 억제냐를 둘러싸고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갈리면서 재생에너지 보급도 지체되고 탈탄소화의 진행도 느리게 되었다.

두 진영이 공동으로 추진할 과제는 석탄발전 조기 폐쇄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였음에도 탈탄소 진영은 균열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균열을 강화시키는 데 주된 역할을 한 집단은 아쉽게 진보 진영과 급진적 환경운동단체였다. 진보진영은 석탄발전 폐쇄와 원전 추가건설 중단, 설계 연한을 다한 원전 폐쇄를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지체되는 국면에서 미래의 전력 수요에 대한 아무런 대응 없는 요구에 불과하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더 급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보급하더라도 이것이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을 동시에 대체할 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재생에너지가 화력발전을 대체함으로써 발전산업 탈탄소화를 이뤄야 한다. 원전은 무탄소 전원일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기저 전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은 원전과 관련하여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연료 공급에서는 경쟁력이 없지만 부가가치가 큰 주기기(원자로, 터빈, 냉각기 등), 보조기기 등 발전설비의 핵심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양산 능력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원자력 원천 기술력은 세계 원자력 수요가 증가하는 국면에서 국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원전이 갖고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 위험은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위험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탈원전을 주장하던 흐름의 입장 전환을 기대해 본다.

남종석 / 공공과학기술연구노조 정책국장(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 남종석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남종석 박사는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정책국장이며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입니다.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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