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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국장의 안내를 받아 독립군 본부로 향했다. 본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전정표 대표의 자택은 옥천군 ○○면 ○○리 금강 상류의 강가에 있었다. 노총각의 '독립군 사령관'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 외딴집이 독립군들의 '아지트'인 셈이다. 방안에는 고성능 컴퓨터와 녹음 기능을 갖춘 전화기가 각각 한 대씩 설치돼 있었다. 전화번호 ×××-7184의 뒷번호는 '친일파사'(親日派死, 친일파 사망)를 의미한다.

전정표 대표는 옥천 지역에선 보기 드물게 92년부터 PC통신에서 논객으로 활약한 베테랑 네티즌이다.(그는 '추수'라는 ID를 쓴다.) 어쩌면 그가 있었기에 '조선바보'의 물총닷컴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오한흥 국장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지역신문을 운영하며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오 국장과 전 대표는 곧바로 의기투합을 했다.

'조선바보'는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8월 15일 정지용 시비 앞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장소를 이곳으로 선택한 것은 정지용이 분단과 냉전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참고로 옥천은 의병장 조헌과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다.) 출범식이 있던 날 밤 전 대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았다. 한국 현대사 자체가 불의가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한 과정이지 않았던가. 그는 조선일보야말로 대한민국 사회악의 진원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선 몰라도 적어도 온라인에선 정의가 이길 수도 있다는 확신까지 포기할 순 없었다.

"실제로 대들어서 싸워보니 조선일보는 종이로 만든 미사일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싸움은 '미사일'과 '물총'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종이로 만든 미사일에 가장 강한 것은 역시 물총이기도 합니다. '물먹은 신문지'를 연상해 보십시오. 더욱이 옥천에는 금강이 흐르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실탄은 무진장합니다."

'물총닷컴'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전정표 대표는 조선일보 반대운동은 많이 배우거나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도리어 '평범한 사람들'이 앞장서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는 최전방에서 소총을 쏘며 싸우는 보병이고, 지식인 운동은 후방에서 대포를 쏘는 포병입니다. 양자가 조화를 이루고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한다면 백전백승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옥천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옥천에서 조선일보 지국이 추방되는 날, 조선일보의 운명도 끝날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성공모델이 민들레 꽃씨가 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므로."


조선일보로부터의 옥천독립선언서 전문

조선일보, 옥천에 기자특파 '조선바보' 경위조사 - 김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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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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