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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에서 총선연대의 천막농성을 불허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는 3월 2일 오전 10시 4박5일간의 '부패정치인 추방캠프'를 위해 3개의 천막을 쳤으나, 11시 30분 경 서울교구 시설과측에서 강제로 철거했다.

총선연대 임지애 조직국장은 "명동성당의 부주교에게 이미 허락을 받아 놓은 상태인데 시설과측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민주화의 성지'라는 명동성당에서, '유권자 혁명'을 내걸고 있는 총선연대의 농성 텐트를 철거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관리직원들에게 철거를 지시했던 이선용 관리실장은 "관리국장 신부님의 지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천주교 서울교구에 찾아가 경갑실(52) 관리국장 신부를 만났다.

- 천막을 철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 12월말부터 명동성당앞에서 모든 천막을 못치게 내부적인 방침을 세웠다. 명동성당이 5, 6공 시절 민주화의 열기속에 있었고 많은 시위와 농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그때는 여기밖에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시대가 다르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될 각종 이익단체의 농성, 시위가 너무 많이 왔다. 그들은 성지를 성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때문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피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집회는 몰라도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고 그것에 충실했던 것이다."

- 총선연대를 그런 이익단체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총선연대가 이익단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원칙을 정해놓고 충실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총선연대의 활동에 공감하는 면도 많이 있다."

- 총선연대는 명동성당 부주임신부에게 허락을 맡았다고 하던데...
"총선연대에서는 어제까지도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한다고 전혀 알려오지 않았다.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 현재 주임신부께서 출장 가 계신다. 그러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부주임신부가 TV를 보고 어떻게 할 지 몰라 오늘 오전 총선연대에 연락한 모양이다. 총선연대에서 두명을 보내 부주임신부와 이야기하고, 부주임신부는 잘 모르고 허락을 해준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부주임신부의 권한 밖의 일이다. 오전에 천막을 치는 것을 보고 전후사정을 알아본 사무처장신부와 내가 부주임신부를 따끔하게 타일렀다. 부주임신부도 잘못을 시인했다."

- 핵심은 '천막설치 금지'라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말인데, 너무 원칙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민주화의 열기에 한복판에 있던 사람이다. 6월항쟁때 정의구현사제단의 일원으로 단식사절단의 대변인이었다. 명동성당은 성지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명동성당은 각종 천막과 농성으로 몸살을 앓았다. 성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한 원칙이다."

- 총선연대에서는 천막을 막는다면 맨바닥에서라도 농성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원칙에 융통성을 둘 생각은 없는가?
"상의를 해 봐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 농성은 구태의연한 시위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건전하고 후레쉬한 방법이 있을 텐데, 왜 총선연대가 굳이 여기서, 천막농성을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경 신부는 두가지를 이야기했다. 원칙과 절차의 문제다. 총선연대의 천막농성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천막농성도 안된다는 원칙과 사전에 총선연대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다는 절차.

3월2일 오후 5시 40분 현재 최열 삼임공동대표와 박원순 상임집행위워장을 포함한 20여명의 관계자들은 천막을 치지 못한채 스치로폼 한장을 깔고 명동성당 앞에서 '부패정치인 추방캠프'을 강행하고 있다. 장원 대변인은 "지금은 날씨가 따뜻해 괜찮지만, 밤이 되면 걱정이다"며 저녁때 다시한번 서울교구에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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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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