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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알바", "민주당의 2중대". 내가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을 통해 매주 번갈아 가면서 듣는 욕설이다. 나는 자의와는 상관없이 시시각각으로 이회창 총재의 하수인이 되었다가 김대중 대통령의 추종자가 되는 극과 극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반년여동안 오마이뉴스에 <유창선의 정치전망대>를 연재하며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평작업을 계속해 왔다. 필자의 글이 얼마나 힘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정치의 문제들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연재를 계속해 왔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필자는 철저한 편가르기 문화의 한복판에 서 있어야 했다. 민주당의 잘못을 비판하는 글은 한나라당의 편을 드는 글로 받아들여졌고, 한나라당의 잘못을 비판하는 글은 민주당이나 'DJ'의 편을 드는 글로 받아들여졌다. 진보적 정치인을 비판하는 글을 썼을 때는 영락없이 '조선일보의 알바'가 되어야 했고, 보수적 정치인을 비판하는 글을 썼을 때는 '색깔이 의심스러운 한겨레류의 필자'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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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독자들은 언제나 우리 편이냐 저쪽 편이냐를 따졌고, 필자의 글들은 종종 비평으로 읽혀지기보다는 어느 쪽인가를 편드는 정치적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이쪽'도 비판했고 '저쪽'도 비판했다. 그렇기에 '이쪽'으로부터도 욕먹고 '저쪽'으로부터도 욕먹어야 하는 조금은 외로운 신세가 되어야 했다.

편가르기 식의 비판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어느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을 때는 "너의 목을 X버리겠다"는 협박이 오기도 했다. 바로 며칠전에는 한 정치인의 행보를 비판하자 독자의견란에 "당신의 전력을 알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도대체 필자에게 얼마나 엄청나고 부도덕한 과거가 있길래, 이런 글까지 올라오는지 쓴 웃음을 짓게 되기도 한다. 이제는 정치적 편가르기를 넘어 인신공격에 음해까지 난무하고 있다. 말이 독자의견란이지, 대화와 토론은 사라지고 정치공세와 인신공격이 판치는 우리 정치판을 능가하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르다. 똑같은 사실을 놓고서도 상반된 평가와 주장이 오갈 수 있는 것이 정치이다. 더구나 우리 국민들은 모두가 나름대로의 정치평론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비평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에 유난히도 할말이 많은 우리들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용납하지 않는다. 저 사람과 나는 견해가 다른 것으로 인정하면 되는 일을, 자신의 견해를 강요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80년대 후반, YS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느냐 DJ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느냐를 가지고 술자리에서 멱살을 잡으며 싸웠다는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얼마전 필자가 쓴 글 하나에 반론이 올라왔다. 필자가 쓴 구절들을 예시하며 하나하나 논박하고 있었다. 마치 운동권 시절 다른 정파에서 나온 문건을 가지고 '사상투쟁'을 하고 있던 것과 흡사한 광경이었다.

함께 좀더 여유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일까. 무엇이 온라인상의 정치문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올해의 칼럼들을 마감하며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각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정치적 토론도, 자신과 다른 견해를 용인하지 못하는 네거티브한 방식에서, 이제는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일에는, 특히 복잡하기 그지없는 정치의 세계에는 칼로 무 베듯이 단선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 많다. A나 B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A와 B가 5:5 혹은 6:4로 잘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A의 일에도 50%는 잘하고 50%는 잘못한 경우가 있다. 정치비평은 자신의 글속에서 이러한 복잡다기한 측면들을 녹여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속은 시원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공론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치적 울분에 가득찬 독자들의 답답한 마음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흑이면 흑, 백이면 백 식의 분명한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에게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황폐한 우리 정치가 바로 우리들까지도 이토록 황폐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던 반목과 정쟁의 정치문화가 온라인상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버린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반목과 정쟁으로만 얼룩진 우리 정치를 바로잡는 데 기여하자고 쓰여진 글들이, 인터넷상에서 또 다른 정치적 싸움의 멍석을 깔게 되는 역설 앞에서 적지 않은 회의가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어쩌면 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온라인상에서 과연 본격적인 정치비평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한 질서 있는 정치적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것인지, 지금 우리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있다고 굳이 의미부여를 해 보고 싶다.

새해에는 오마이뉴스에 좀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토론의 시장'이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필자와 독자 사이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내용성있는 발전적 토론이지, 서로가 누구 편이냐를 따지는 정치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한해동안 필자의 보잘 것 없는 글들을 읽어주신 많은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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