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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총무가 합의한 '신행정수도건설특위' 설치가 국회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논란끝에 부결되자 이완구 의원(가운데)이 홍사덕 총무에게 "신행정수도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탈당도 불사하겠으며, 특검법 재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3당총무가 합의한 '신행정수도건설특위' 설치가 국회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논란끝에 부결되자 이완구 의원(가운데)이 홍사덕 총무에게 "신행정수도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탈당도 불사하겠으며, 특검법 재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부가 제출한 신행정수도특별법 심의를 위해 여야 4당 총무가 구성하기로 합의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위원회'가 국회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 일부 영남권 및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특위 구성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한나라당은 충청권 의원과 영남권 의원들로 나뉘어 회의장 내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극한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는 등 한나라당이 또 한번의 '자중지란'에 빠져들었다.

일부 충청권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탈당불사"는 물론 '특검법 재의 비협조'까지 거론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할 태세여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특검 정국으로까지 불똥이 튈 조짐이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김광원 한나라당 의원(경북 봉화·울진)이 "건교위와 전혀 상의도 하지 않고 구성을 결의했다"고 반대토론을 제기했다. 결국 수도권 및 영남권 의원들이 반대기류에 대거 가세하면서 부결됐다.

출석 의원 179명 중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84명으로 가결 정족수인 절반(90명)에 미치지 못했으며, 반대는 70명, 기권표를 던진 의원은 무려 25명이나 됐다. 여야 4당 총무가 협의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완구 의원등 충청권 출신 의원 8명은 신행정수도특별법 등 3대 특별법을 심의하기 위한 별도의 국회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특위구성시까지 일체의 당무를 하지 않겠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완구 의원등 충청권 출신 의원 8명은 신행정수도특별법 등 3대 특별법을 심의하기 위한 별도의 국회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특위구성시까지 일체의 당무를 하지 않겠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찬성 84명, 반대 70, 기권 25...부결

김광원 의원은 반대토론을 통해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위원회 법안이 국회 건교위에 상정돼 계류중인데, 3당인지 4당인지 모르지만 총무가 합의해 이 안을 건교위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가져가 버렸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국회가 전문화해야 하고 기능적으로 전문성 가졌기 때문에 건교위 만들었는데 총무끼리 합의해서 특위 만들어 가져가면 국회 상임위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민족장래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신행정수도를 가지고 정치적 의도에 휩싸여 특위를 만든다? 이렇게 쉽게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김 의원은 "적어도 건교위 전 위원이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고 지적한 뒤 "적어도 전문성이 있는 상임위의 뜻을 존중해 주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얘기가 안 된다"고 특위 구성법안 반대를 호소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나선 김학원 자민련 의원은 "국회의장이 법안 배당을 할 때 결국 건교위로 넘긴 것인데, 이 법안은 비단 건교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며 "건교위·행자위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종합적 사항이고, 큰 역사이므로 이를 어떤 한 상임위에서 다루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서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것"이라고 법안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원들은 개인적 자격에 의해 합의한 것이 아니라 당을 대표해서 하등의 이의 없이 특위를 만든 것"이라며 "건교위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있으나 4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인 만큼, 그리고 운영위에서도 통과가 된 만큼,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김광원 의원의 논리를 반박했다.

특위 구성 법안이 부결되자 본회의장 내에서는 한나라당 충청권 의원과 영남·수도권 의원들끼리 고성을 주고받는 장면도 목격됐다.

 박병석, 김학원, 홍재형 등 충청권 출신 의원 3명이 21일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신행정수도 특위 합의를 뒤집은 해당 원내총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박병석, 김학원, 홍재형 등 충청권 출신 의원 3명이 21일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신행정수도 특위 합의를 뒤집은 해당 원내총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격앙된 한나라 충청권 의원들
"향후 특검법안 처리에 상당한 영향"


한나라당 충청권 출신 의원들과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한나라당 충청권 출신 의원들은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당내 영남 및 수도권 의원들을 거세게 성토했다. 이완구·윤경식·신경식·유한열·송광호·이재선·함석재·이양희·전용학 의원 등 충청권 출신 한나라당 의원 9명은 본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정기국회 회기 안에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3대 특별법을 심의하기 위한 특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일체의 당무에 참여하지 않고 의원직도 사퇴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앞서 이완구 의원은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당 운영에 대해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면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탈당을 비롯해 사퇴, 개인적으로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도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최병렬 대표가 표결에 참여하기라도 했느냐"고 지도부를 겨냥한 뒤 "향후 특검법안 처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이게 정당이냐"고 격한 감정을 토해내기도 했다.

홍사덕·정균환 사퇴 촉구

본회의가 끝난 직후 김학원·박병석·홍재형 등 충청권 출신 여야 의원 3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김학원 자민련 의원은 '해괴망측한 일'이라고 표현하며 "4당 대표가 모여 진지하게 토론해서 한 점의 이의도 없이 완전 합의를 했던 것을, 별안간 본회의장에서 투표에 의해 이를 부결시키는 것은 의회의 예측 가능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또 "각 원내교섭단체의 대표성을 부인하는 민주주의의 근저를 흔드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것이야말로 겉으로는 동의하면서 속으로는 반대하는 아주 부도덕하고 신의없는 배신적 행위"라며 "원내대표의 결정에 대해서 각 의원이 따르지 않는 상황이 왔다면 그 원내대표는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홍사덕·정균환 원내총무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도 한나라당을 겨냥해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거나 내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면 4당 대표회담에서 당연히 연기하자고 하는 것이 도리"라며 "참담함을 금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산회 직후 긴급 성명을 발표해 "도대체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논의를 위한 특위구성조차 마다하고 이처럼 4당 합의조차 한순간에 뒤집어 버린다면, 어떻게 정상적으로 국회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다음은 반대표를 던진 의원 명단이다.

장광근∙임인배∙이해봉∙오세훈∙박혁규∙홍문종∙최병국∙정문화∙이상배∙김용균∙안동선∙정몽준∙이상희∙권영세∙박근혜∙김진재∙윤두환∙서상섭∙조정무∙이방호∙강성구∙정병국∙도종이∙안경률∙김광원∙박재욱∙이성헌∙박상희∙박병윤∙박인상∙권태망∙엄호성∙박명환∙권철현∙강신성일∙고흥길∙정형근∙김문수∙박종희∙송훈석∙유재규∙최영희∙이훈평∙최선영∙장성원∙박종우∙유용태∙민봉기∙임진출∙김원길∙전용원∙심재철∙이규택∙박시균∙박원홍∙맹형규∙박주천∙이재창∙장태완∙이윤수∙김옥두∙김성순∙이희규∙김운용∙최명헌∙목요상∙김기배∙김용갑∙서정화∙정창화(이상 70명)

다음은 기권표를 던진 의원 명단이다.

김정부∙홍준표∙이근진∙손희정∙안택수∙정범구∙신현태∙전재희∙김학송∙최연희∙박헌기∙이정일∙심재권∙고진부∙김경천∙이원창∙박승국∙구종태∙정철기∙황우여∙김충조∙장재식∙이경재∙김덕룡∙의장(이상 25명)

"충청권 민심 결코 거스르지 않겠다"
고개숙인 홍사덕, 무너지는 권위

▲ '신행정수도건설특위`설치가 국회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논란끝에 부결되자 충청도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난 홍사덕 의원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추락하는 권위에 날개가 없다"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의 권위가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국회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위원회 구성법안 합의를 주도했던 홍 총무. 하지만 자당 소속 의원들 다수가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결과적으로 타당 원내총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일부 타당 의원들은 "자당 의원 단속도 못하는 원내총무를 어떻게 믿고 협상을 하느냐"며 총무직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홍 총무는 본회의 뒤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내 충청권 의원들에게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충청권 민심을 결코 거스르지 않도록 빨리 결론을 내겠다"며 약속했다.

이어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그동안 애쓰셨던 윤경식, 이완구, 신경식 의원 등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이 법안을 다소 손질해 본회의에 재상정하거나 건교위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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