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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여대의 탱크가 지나가면서 가루가 돼버린 벼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에서 미군 탱크가 벼를 짓밟아 뭉개고 지나갔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아래 관련기사)와 관련해 기사 의견 달기란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훈련중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벼를 짓밟고 지나갈 수 있느냐는 농민 옹호론과 도로 위에 벼를 널어놓은 농민들이 먼저 잘못한 것 아니냐는 미군 불가피론의 논쟁이다. 이 논쟁의 소모성 여부를 떠나, 과연 탱크가 벼를 피해 갈 수 없었는지와 농민들의 심정을 알아보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현장에 다시 가보았다.

노경진 기자의 오마이 라디오 - 장파리 주민들 인터뷰 음성파일

관련기사 - 미군탱크 벼 7백20여 포대 뭉개놔 - 김준회 기자
같은 곳에서 다시 벼 짓밟다니...주민들, 주한미군에 거센 항의

문제의 장파리 도로는 폭이 대략 5m. 사람이 다니는 길까지 포함하면 5.6m정도다. 농민들이 벼를 널어놓는 폭은 1m. 탱크의 폭은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3.5m에서 4m인 것을 감안하면, 좁기는 하지만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농민들이 지키고 있을땐 미군 탱크가 벼를 비켜 갔다는 증언이 있는 걸 보면 이 점은 확실해진다.

길 위에 벼를 말리는 것에 대해서 농민들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논 위에 비닐을 깔고 말리기도 하지만, 십분에 고작 몇 대가 다니는 제한속도 30km의 도로를 두고 그러기란 농번기에 어려운 노릇이다. 건조기를 이용해 벼를 말리면 비용도 더 들 뿐더러 맛이 없단다. 주민 이기운 씨는 벼는 가을햇볕과 바람을 쬐가며 말려야 맛이 든다고 설명했다. 고추도 태양초가 좋듯이 벼도 햇볕에 말려야 한다는 것이다. 종자관리와 씨뿌리기에서 시작된 한해 농사가 말리기에서 마무리되는 셈이다.

▲가루가 돼버린 벼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지만, 김영민 씨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벼를 뒤집어준다. 그 옆으로 미군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탱크가 지나간 자리에 있던 벼는 이미 가루가 돼 있었다. 50,60t의 탱크 1백여대가 지나간 자리에 벼가 온전할 리 없었다. 김영민 씨는 이 일로 벼 300여 포대를 잃었다. 내년 한해동안 식구들의 먹을 거리와 종자용으로 말리던 벼를 모두 잃었다.

처음 탱크가 지나가면서 80%정도의 벼가 짓이겨졌고, 미군이 조사를 위해 현장을 보존하라고 해서, 결국 벼를 모두 잃었다. 현장 조사 나오기 전에 비가 내려 벼가 썩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김씨의 벼는 바스러진 채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이거 사료로도 못 쓸 것 같다"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햇볕에 계속 벼를 뒤집어가며 말리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주민들은 보상도 보상이지만, 미군의 처벌을 바라고 있다. 주민들이 받게 되는 보상 금액 중 미군은 30%만을 부담하고, 70%를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정부에서 세금으로 보상한다는 것도 못마땅할 뿐더러, 과연 그 미군이 자신의 잘못을 알겠느냐는 것이 농민들의 생각이다.

농민들이 피해를 입으면 조사관이 나와 조사를 하고, 절차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미군이 직접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재발방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한미행정협정으로는 처벌은 커녕 보상도 1년여 뒤에나 받게 된다.

농민에게 '하늘'이라는 밥. 2000년 가을 장파리의 하늘은 바스라져 있었다.

▲미군 탱크가 농민을 짓밟고 간 다음날 농민들은 도로위에 "Yankee Go Home"을 써 놓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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